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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세상을 보다

2021-06-23 17:37:25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타이틀로 8주간의 아트 프로그램을 이수한 60대의 여인들이 모여 그림 전시회를 6월 19일부터 6월 26일까지 핏 메도우에 있는 블루베리 팜 농장에서 하고 있다. (그분들은 6학년이라고 말한다.) 날마다 정오부터 저녁 6시까지 전시회를 하고 있는 전시회장을    오늘 21일 낮에 방문했다.

메도우 아트 크라스라는 이름의 이 미술을 배우는 모임은 블루베리 농장을 바라 보이는 테라스에서 미술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미술의 눈을 뜨게 한 교수는 성악가이기도 한 한격미 교수이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은퇴 후에 미술, 춤, 문학, 음악, 사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노후를 즐기는 노년인구가 점점 늘고 있고 이들 중에서 일부는 그림, 사진 전시회는 물론이고 시화전, 음악 발표회 등 다양한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 중에서 전문작가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시집을 출간한 시골 할머니들도 있다.

사느라고 몰랐던 인생의 맛을 알아 가는 이들은 늦게 배운 예술창작에 열정을 바친다. 그래서 인생은 이제부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집에서 손주들이나 보면서 인생의 황금기를 허비하기보다는 먹고 사느라 하지 못했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늦게 시작해서 서툴고 투박스러울 수는 있어도 열정과 마음만큼은 전문작가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열의를 다한다. 그 중엔 타고난 끼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재능이 있어 바로 눈에 확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무엇인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시간을 황금으로 바꾸어 놓는 일이다. 꿀물이 샘솟는 시간으로 심심하고 무료한 시간을 바꾸어 놓는 일이다.

현대 사회에 들어오면서 경쟁사회에 부대끼고, 사람들에게 부대껴서 마음을 다친 사람들을 위해 힐링, 웰빙 등 여러 가지 단어 들어 사용한 아트가 대세를 이룬다. 마음치료 아트, 마음치료 글쓰기, 마음치료 음악, 마음치료 산행, 마음치료 춤사위 등 많은 활동들이 마음을 치유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미 입증이 되었으며 멘탈핼스 즉 정신치료에도 많이 접목되고 있다. 즉 시작은 프로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닌 마음을 치유하고 치매 등 노년기의 질병을 방지하기 위해 시작하지만 결과적으로 전문작가가 되는 경우도 왕왕 있는 것이다. 이런 예술 크라스가 커뮤니티 센터 등에 많이 있긴 하지만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배운다면 더욱 활발한 활동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프로그램의 교수인 한격미씨가 학생들에게 처음 그림을 그리게 한 것이 신생아가 처음 본 세상처럼 총천연색의 화려한 무지개 빛 세상이 아닌 흑백의 세상이었다고 한다. 사진도 우리가 어렸을 때 흑백 사진뿐이었고 텔레비전도 흑백뿐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총천연색의 무지개를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의 시작이 흑백으로 시작했으니 흑백을 먼저 자세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서 사랑이 가득한 세상의 꽃도 그리고, 자연도 화폭에 옮겨 놓는 것이다. 세밀한 디테일이 아니어도, 어찌보면 초등학생 그림 같은 그림속에 삶을 살아온 지혜가 담겨 있다. 세상은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보면 한없이 단순하다. 나이가 들어 가면 갈수록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돌아 간다. 사랑을 듬뿍 담은 꽃이 사람에게 희망을 주듯, 사람이 그림의 꽃에 사람을 듬뿍 담아 그 기운이 그림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전달되는 것이다. 하트 모양을 하고 입을 크게 벌려 웃고 있는 그림처럼  잠시 그림속으로 들어가 함께 웃을 수 있는 행복은 마음을 열어야만 가능하다. 물론 전시회에 가야 볼 수 있기도 하다.

전시회를 열고 있는 장소도 자연 속 블루베리 농장 안 집에서 열고 있으니 고개만 들어 먼 산을 보면 골든이어 마운틴이 아직도 눈을 쓰고 있고 농장은 푸르른 여름이다. 이렇게 야외의 풍경과 어우러진 전시회를 놓친다면 후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글 사진 전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