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파일럿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서수지씨에게 비행기 조종사 라이선스 취득에 관해 물었다.
파일럿 되기, 어렵지 않아요!
서수지 현직파일럿이 알려주는 밴쿠버에서 자격증 따기
2년 넘게 장기화되고 있는 펜데믹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위축시키고 있다. 임인년 새해,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고 활기찬 도약을 희망하며 하늘로 날아오르면 어떨까? 유튜브를 통해 밴쿠버에서 파일럿이 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는 현직 파일럿을 만났다. 지난 10월, MBC 예능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에서 4년차 항공 운송 파일럿의 하루를 선보인 서수지씨가 그 주인공이다.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파일럿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서수지씨에게 비행기 조종사 라이선스 취득에 관해 물었다.
Q. 파일럿의 꿈
A. 고등학생때 공군 파일럿 자서전을 읽고, 파일럿이 되고 싶었지만 한국에서는 여러가지 제약이 많았어요. 특히 시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꿈을 접었는데, 대학 졸업 후 캐나다에 왔더니 할머니, 할아버지도 비행기를 조종하더라고요. 신체 건강하고, 위중한 질병이 있지 않다면 파일럿 자격증 신체검사에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교정시력도 가능하고요. 워킹 홀리데이로 온 캐나다에 아예 자리를 잡고 파일럿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Q. 직업 파일럿이 되기까지
A. 직업 파일럿이 되는 방법은 공군 입대, 항공대 진학, 비행학교 입학, 세 가지 길이 있어요. 전투기 파일럿과 민간 항공기 파일럿은 요구되는 신체조건이 다르죠. 비행학교는 나이 제한도 없고, 특별한 입학 조건이 없습니다. 저는 비행학교를 다니기로 결정하고 비용 마련을 위해 일을 시작했어요. 캐나다에서 직업 파일럿이 되려면 총 네 단계의 자격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이 들거든요. 이 년간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필기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그 후 공항에 있는 비행학교를 다니며 비행기 조종을 배웠고, 실기시험에 통과하여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비행자격증인 커머셜 파일럿 라이선스 (CPL: Commercial Pilot License)를 취득하여 항공 운송 파일럿이 되었습니다.
Q. 체험비행
A. 저는 본격적인 비행 교육에 앞서 체험비행을 추천하는데요, 약 250불의 비용을 지불하면 1시간가량 비행기를 직접 조종해 볼 수 있습니다. 막연하게 상상했던 비행과 실제 비행기 조종을 비교해보는 경험이죠. 무섭긴 해도 재미있다는 사람도 있고, 상상과 다르게 너무 무서워서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어요. 비행 교육에 사용되는 비행기가 예상보다 작아서 바람 따라 흔들리기도 하고 소음도 심해요. 모든 비행기는 운전석 왼쪽 오른쪽 양쪽 좌석에 조종간이 있어요. 비행교육에는 교관이 동승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비행기와 친숙해질 수 있죠. 비행기를 몸소 조종해 보면 파일럿 라이선스 취득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체험비행 신청은 구글에서 flight school을 검색해 보세요.
Q. 프라이빗 파일럿 라이선스 (PPL: Private Pilot License)
A. 체험 비행 후에, 파일럿 라이선스 취득을 결심했다면, 혼자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PPL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PPL은 엔진이 1개인 12500lbs 이하 비행기를 시계비행으로 운전할 수 있는 자격증인데요, 이와 관련한 교육은 랭리, 아보츠포드, 피트메도우, 델타 등 공항에 있는 사설 비행학교에서 가능합니다. PPL을 따려면 항공영어 시험, 신체검사, 필기시험,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PPL 취득에 관심있는 한국인들이 의외로 영어 시험을 어려워하는데요, 영어로 교신하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영어에 능통하고 기본 운동 신경이 있는 젊은 친구들은 3개월 만에 라이선스를 따기도 하고, 영어가 능숙하지 않고 기계에 대한 감각과 운동신경이 부족하다면 적어도 6개월~1년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5년이 지나도 시험에 떨어지는 사람도 있고요. 라이선스 취득을 위해서는 최소 45시간 이상 비행을 해야 하는데요, 대게 60시간~80시간 정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금액은 시간당 약 250불으로 계산하면 됩니다.
Q. 첫 비행에 대한 기억
A. 첫 체험 비행은 신나고 재미있었어요. 교관이 함께 했기 때문에 무섭지 않았죠. 위기 상황에서는 교관이 대처를 해주니까 해볼 만하다 싶었어요. 막상 라이선스를 딴 후 첫 비행은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오롯이 내가 책임을 져야 하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그때부터 더 공부를 하게 되더군요. 파일럿이 되는 과정에서, 담대함과 무모함의 차이점을 알게 됐어요. 무모한 비행은 생명과 직결되니까요. 무모함은 무지의 상태에서 생각없이 저지르는 것이라면, 담대함은 스스로의 한계를 인지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었어요. 커머셜 파일럿 라이선스까지 가는 길은 인생을 배우는 여정과 같았죠. 비행기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날씨를 잘 파악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행동해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판단하는 분별력을 기르는 과정이었습니다.
Q. 비행기 조종을 추천하는 이유
A. 밴쿠버 겨울은 내내 비가 오는데요, 이륙 해서 낮은 구름층 위로 올라가면 하늘이 맑아요. 비는 땅위에만 내리더라고요.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초연해지면서 저절로 겸손하게 된다고 하는데, 비행기를 조종하다 보면 땅위에서 작은 일에 스트레스 받으며 아등바등 했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또한 비행을 하면서 나의 한계는 내가 만든 것이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안전지대가 있는데요, 밖이 두려워서 안전지대 안에 웅크리고 있으면 달라지는 것이 없지요. 착륙을 해야 할 때 마지노선까지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으면 랜딩이 어려워요. 처음 계기비행을 시작했을 때는 구름 속에서 계기판에만 의존하여 비행하는 것이 두려웠어요. 시계비행을 할 때는 항상 가시거리가 5마일 이상인 환경에서 비행을 했거든요. 경력 많은 기장과 함께 하는 안전한 상황에서 조금씩 한계에 도전하다 보니 5마일에서 2마일, 1마일로 줄어들고 조금씩 가시거리가 낮은 상황에서 착륙하는 것에 익숙해졌어요. 이제는 가시거리 1/4마일(약 400미터) 상황에서도 랜딩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치를 갱신하였습니다.
Q. 하늘에서 바라본 밴쿠버
A. 하늘에서 바라보는 밴쿠버 풍경은 정말 아름다워서 비행을 할 때마다 파일럿이 되기 잘했다 싶어요. 파일럿인 저는 누구보다도 멋진 오피스를 갖고 있는 셈이지요. 밴쿠버는 높은 산이 있고, 그 사이로 강이 흐르고, 바다도 있어서 마치 3D 파노라마가 펼쳐진 것 같아요. 저는 대체로 새벽 4시 30분에 출근해서 6시 30분에 이륙하는데요, 해가 막 떠오른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기분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합니다.
Q. 파일럿의 맛집, 플라잉 비버(Flying Beaver Bar & Grill)
A. 리치몬드의 수상비행장인 하버 에어 씨플레인 (Harbour Air Seaplane) 인근에 위치한 플라잉 비버는 파일럿들이 즐겨 찾는 맛집입니다. 식사를 하면서 비행기의 이륙과 착륙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도 무척 좋아하는 곳이지요. 천장이 열고 닫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는 파티오가 인기 좌석인데요, 햇살 좋은 날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브런치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A. 펜데믹으로 항공업계도 큰 어려움을 겪었고, 남편도 저도 파일럿이라 타격이 컸어요.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투 잡을 결심하고 리얼터를 시작하였습니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그 때가 터닝 포인트였어요. 위기가 곧 기회가 된 것이죠. 새로운 시도는 항상 두렵지만, 지나고 나서 후회한 적은 없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펜데믹으로 인하여 움츠려 들게 되는 요즘인데요, 하늘을 나는 경험은 불굴의 의지를 다짐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2022년은 우리 모두 일상의 활력을 되찾는 한 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용기를 잃지 마세요!
글 김세라 기자
사진 서수지
파일럿 유튜버 서수지씨는…
화물운송 파일럿인 서수지씨는 구독자 2.34만명의 유튜버이자 리얼터로 활동하고 있는 프로 N잡러다. 2017년부터 운영중인 유튜브 채널 ‘flywithsuji’은 파일럿이 되고 싶은 하늘 여행자들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