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4회
역시나 가을을 좀 느껴보려고 했더니 밴쿠버는 기다려 주지 않았다. 비의 도시 밴쿠버의 명성에 맞게 시원(?) 하게 비를 뿌렸고 나같이 가을을 좀 더 느껴보려는 사람들의 기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뭐, 괜찮다. 커피는 추울수록 더 맛있으니… 그렇다고 너무 많이 마시면 심장이 벌렁거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겠다.
저번화에서 예고한데로 오늘은 이탈리아 커피의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7세기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무역의 중심이었다. 커피도 물론 베네치아를 통해서 처음 전파되었고 그로 인해 일찍부터 커피 문화가 자리잡게 되었다. 지금 카페에서 사용하는 커피메뉴의 이름들이 거의 다 이탈리아어 인 것을 보면 이탈리아 커피 문화가 세계적으로 전파가 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 커피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 것은 획기적인 추출 방식이었는데, 이것은 바로19세기 초에 발명된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밀라노의 Luigi Bezzera라는 사람이 수 차례 실험 끝에 가열하여 높은 증기압으로 추출하는 방식의 머신을 개발하여 특허까지 취득하게 되는데, 이것이 오늘날 모든 카페에서 쓰이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초기 모습이다. 이 후 계속적인 연구와 개선을 통해서 1909년경에 투랭의 테레시오 아르두이노는 더 압력이 높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개발하여 상용화가 시작되었다. 이어 명성있는 아구스타 (Augusta), 유니버샬 (Universal), 엘렉트라 (Elektra), 라산마르코 (La San Marco), 시모넬리 (Simonelli), 라심발리 (La Cimbali) 등 다양한 브랜드의 에스프레소 머신이 등장하였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는 에스프레소 기계와 에스프레소 커피의 본 고장으로서 되어 본래의 커피를 개성있는 추출법으로 새로운 커피문화를 만들게 되었다.
에스프레소의 유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에스프레소에 우유, 크림, 초콜릿, 시럽 등을 첨가한 여러가지 커피 음료가 개발되었다. 가장 전통적인 메뉴는 밀라노-마로티노 (Marocchino) – (에스프레소 + 우유거품 + 코코아파우더 + 설탕시럽)나 토리노-비테린 (Bicerin) – (에스프레소 + 헤이즐넛 +잔두야초콜릿) 이었다. 이후 에는 그 메뉴들이 다른 나라들로 전파되면서 카페라떼, 카푸치노, 그리고 카페모카와 같이 조금 더 보편화 되었다. 누군가 이탈리아로 여행을 간다면 각 지역별 전통 메뉴들을 맛보라고 하고 싶다.
사실 이탈리아를 여행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 곳의 카페는 우리가 아는 스타벅스 같은 곳과는 좀 다른 분위기이다. 이탈리아 현지 카페에는 아메리카노가 없다 (관광객이 많은 곳에는 있겠지만 보통의 현지 카페들은 찾는 사람도 거의 없고 메뉴도 없다고 보면 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에스프레소 그대로를 즐긴다. 보통 카페는 에스프레소 바 (Bar) 형식으로 아침 출근 길에 잠깐 들려 에스프레소를 시켜서 선채로 마시고 바로 나가는 게 이탈리아 문화이다. 그리고 재밌는 것은 서서 마시는 가격과 앉아서 마시는 커피 가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카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고 미팅을 하고 공부도 하는 공간의 개념인데 이탈리아는 그 단어 자체 ‘카페’ 로서의 인식이 더 강하다고 한다.
사실 우리에게 카페는 사실 커피만 마시러 가는 곳은 아니다. 예전부터 커피는 사람들 간의 만남과 대화의 매개체 로서의 역할이 더 컸었다. 사람들이 크게 커피 맛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거나 까다롭지 않았던 것을 보면 더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커피 맛을 중요하게 생각 하고 커피 취향이 많이 다양해진 것을 보면 아직도 매개체 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저 매개체’의 의미보다는 더 많이 중요해진 것도 사실이다.
다음화에서는 프랑스 커피의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다. 이번화는 특별히 더 지루하려고 노력하였는데 그게 통했는지 모르겠다.
글 A Cup of Heaven Coffee 로스터리 대표: Joseph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