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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 올때 읽으면 잠 오는 커피 이야기 13

2023-04-06 13:40:07

[커피 이야기] 13회

몇 주전 한 고객으로부터 혹시 베트남 커피를 구할 수 있냐는 전화를 받았다. 나는 약간 당황 했지만 애써 태연한 듯 대답을 했다. 현재 가지고 있지 않지만 생두 거래처에 알아 보겠다고 했다. 내가 당황했던 이유는 보통 나같은 스폐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로스터리한테는 그런 문의는 드물기 때문이다. 베트남 커피는 보통 인스턴트 커피에 더 적합한 맛, 풍미, 가격의 특징을 가진 생두 종 – 로부스타 (Robusta) – 을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스폐셜티 커피에서는 많이 쓰지 않는다. 물론 베트남 커피가 로부스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잘아는 아라비카 (Arabica)종도 있고 고급 종도 재배를 하는 추세이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베트남 커피 하면 로부스타가 가장 대표적인 것은 사실이다. 설명을 하다가 길어졌는데 (여기서 다 설명하기엔 너무 길기에 나중에 생두 종자에 대해서 따로 설명을 하겠다), 본론으로 돌아 와서 난 이곳 저곳을 연락하여 베트남 커피를 알아 보았지만 역시나 재고 찾기란 쉽지 않았다. 베트남 커피를 찾으며 갑자기 든 생각이 이번주 컬럼 주제였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베트남 커피 문화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베트남은 브라질 다음으로 커피 수출을 많이 하는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이다. 베트남의 커피역사는 1857년경 프랑스 선교사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베트남 전쟁 후 동독과의 커피조달 협약을 통해 산업화의 첫발을 내딛은 뒤 1986년 베트남 정부가 주도한 도이 머이 정책을 거치며 부흥기를 맞이하였다. 현재 전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20%를 생산하고 있으며 그 중 약90%가 위에서 설명했던 로부스타(Robusta)종이다. 로부스타 종은 베트남의 습한 기후와 따뜻한 온도에 잘 적응하고 병충해도 적어 해발 800M 이상의 농장에서는 별 무리 없이 잘 자랐다. 그래서 현재 세계적인 인스턴트 커피 제조업체는 베트남으로 부터 대량의 로부스타 생두를 수입하고 있다.
1800년대 베트남에 커피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희소성으로 인해 프랑스인들과 베트남의 왕조였던 응웬 가문의 일원들 밖에는 커피를 맛볼 수가 없었다. 일반 농가의 서민들은 커피를 맛보기 힘들었는데, 이들은 족제비의 배설물에서 남겨진 커피빈을 발견하여 그것을 맛본 후 그 커피가 부드럽고 은은한 향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 후 족제비를 농장에 가두어 두고 족제비커피를 대량생산하여 오늘날 관광객에게 특별한 커피라고 하여 비싼 값에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족제비커피 생산과정이 동물학대로 인식이 되어 대중의 인기를 얻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나도 베트남 하노이에서 쪽제비커피를 시음해 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향이 너무 쎄서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 희소성과 만들어지는 과정의 특이성 때문에 가격이 비싼 것이지 엄청난 품질이나 맛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베트남 커피를 추출하는데 좀 색다른 기구를 사용한다. 일반적이 종이필터 대신 알루미늄으로 만든 작은 구멍이 뚫린 핀까페 (phin ca phe 커피 여과기)를 이용해 원두를 내리는 기구인데 이렇게 내린 커피를 “까페핀커피”라고 부른다.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는 베트남 사람들은 블랙커피를 주문하면 항상 설탕이나 시럽이 함께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에 우유대신 다디단 연유를 넣은 까페 쓰어(Ca phe sua 밀크커피)가 인기가 있는데 시원한 “까페 쓰어 다” (Ca phe sua da 시원한 밀크커피) 가 있고 “까페 쓰어다 농”(Ca phe sua nong 뜨거운 밀크커피)으로 나뉜다. 나도 밴쿠버에서 알게된 베트남 부부 집에 초대받아 직접 내려준 생선 액젓맛 까페 쓰어를 맛보았는데 이상할 것이라는 내 예상을 뒤엎을 만큼 나름 맛이 괜찮았다. 베트남 커피는 만들 때 마가린을 넣어서 가공 하거나 이런 생선 액젓등도 넣어서 가공하여 먹는다고 설명해 주었다. 기념으로 생선 액젓맛 커피는 조금 받아와 아직 찬장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베트남 커피 시장에 최근 미국의 스타벅스나 일본의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등이 들어와 영업을 하는데 이런 프렌차이즈에서 파는 커피는 가격이 높아서 일반인들이 선호하지 않고 대신 토종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인기다. 하이랜드 (Highlands Coffee), 쯩웬 (Trung Nguyen Coffee), 풍롱(Phuc Long Coffee & Tea)등의 로컬브랜드는 자국민은 물론 관광객에게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베트남 사람들은 커피가 건강과 여성들의 미용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우리나라가 한창 산업이 발전했던 그 시대와 같이 지금의 베트남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그 당시 우리나라가 그랬듯 그들의 삶의 피로를 달달한 연유를 탄 베트남 고유의 진한 커피로 달래고 있다.

 

글 A Cup of Heaven Coffee 로스터리 대표: Joseph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