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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부역자’를 ‘전쟁 영웅’ 칭송한 로타 하원의장 사임

2023-10-02 22:18:01

26일 로타 의장은 이날 오후 하원 당 지도부와 회동을 가진 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 로타 의장은 "이 하원의 누구도 우리보다 위에 있지 않다.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의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의회에서 말했다. 사진=INSTAGRAM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부역한 우크라이나계 이민자를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의회 합동 연설에 초청, ‘전쟁 영웅’으로 소개한 앤서니 로타 캐나다 하원의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26일 로타 의장은 이날 오후 하원 당 지도부와 회동을 가진 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 로타 의장은 “이 하원의 누구도 우리보다 위에 있지 않다.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의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의회에서 말했다.

이어 “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회 합동 연설에서 나의 실수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폴란드의 나치 생존자들 외에도 캐나다와 전 세계의 유대인 공동체 등 개인과 공동체에 고통을 줬다. 내 행동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앞서 2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캐나다 의회 방문 당시, 98세 퇴역 군인이자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에 부역한 야로슬라프 훈카가 초대됐다. 로타 의장은 훈카를 소개하며,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 제1사단에서 모국 독립을 위해 싸운 ‘전쟁 영웅’으로 묘사했다. 이에 의원들은 훈카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제1사단은 나치의 지휘하에 있던 무장 친위대(Waffen-SS) 갈리시아 분대 또는 제14와펜-SS 돌격분대로도 알려져 논란이 제기됐다. 야당은 전날 로타 의장의 퇴진을 요구했고, 하원 의원이자 국제개발부 장관인 카리나 굴드는 “의원들이 로타 의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본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굴드 장관은 로타 의장이 정부나 우크라이나 대표단에 알리지 않고 훈카를 초청한 점을 인정했다. 굴드는 “이제 그가 명예로운 일을 할 때”라며 자진 사임을 압박했다.

멜라니 졸리 외무장관 역시 “용납될 수 없다”며 “하원과 캐나다인들에게 당혹스러운 일이었고, 나는 의장이 의원들의 말을 듣고 물러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졸리 장관은 해당 내용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와도 대화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국제 유대인 인권단체 사이먼비젠탈센터도 로타 의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센터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그의 사과를 인정하지만, 홀로코스트 만행에 연루된 것으로 악명 높은 와펜-SS의 전 구성원을 의회에 초청하기로 한 로타 의장의 결정은 캐나다와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캐나다의 존경 받는 입법부에 오점을 남겼다”고 밝혔다.

앞서 로타 의장은 24일 낸 사과문에서 자신의 지역구 출신 훈카를 초대하고 인정한 것은 자신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튿날 하원의장실은 훈카가 젤렌스키의 연설에 참석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훈카의 지역 사무실에 연락한 것은 로타 의장의 아들이라고 설명했다.

총리실은 훈카가 초청된 사실을 연설이 끝날 때까지 알지 못했으며, 의장실 역시 초청 명단을 다른 정당 및 단체와 공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