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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봉자 시인 31회 순수문학상 시부분 본상 수상

2024-01-11 14:03:28

안봉자 시인이 월간 순수문학사와 도서출판 순수가 주최하는 제 31회 순수문학상의 본상을 수상하였다.
순수문학상 시 부문 본상은 시작을 통하여 시문학 발전에 공헌한 시인에게 수여한다.
<월간 순수문학> 2023년 9월호에 수록된 시 두 편에 대해서 감각적인 시어를 구사하는 힘을 높이 사며, 구체적 형상화도 매우 좋고 자연의 서정성과 인간의 삶을 치우치지 않게 다루는 무게의 균형 감각이 좋다는 평을 받았다.
안 시인의 두 번째 수록 시 <갈대의 서>에서 발췌한 문장 “투명한 언어들이 가슴에 둥지 트는 계절”을 오래 붙잡길 바라는 마음으로 본상을 수여한다고 본상 수상자의 선정 이유를 덧붙였다.

또닥또닥
안봉자

목젖까지 환한 보름달님
먹구름 뒤에 깜깜하게 숨기고
어둠 속 은사시나무의
옷 벗는 소리도
빗줄기 갈피에 꼭꼭 숨긴 밤
온종일 삶의 안팎 매만지던
허기진 바람이
손 시린 빗방울들 꼬드겨서
또닥또닥…
불 꺼진 유리창에
모스부호(Morse code)를 찍고 있다
그립다는 말, 보고 싶다는 말
다 숨기고
오늘은 유난히
안부가 궁금하다는 말도
아예 숨기고
그냥, 가을이 저 홀로 깊어간다고
또닥또닥…

갈대의 서
안봉자

가을입니다.
지성, 성숙, 그리움, 고독,
그 투명한 언어들이
가슴에 둥지 트는 계절입니다

9월 한낮 살찐 태양에
밤송이들 토실토실 살 오르고
밤이면 별빛 흥건한 풀숲에서
귀뚤이 모여 앉아 현(絃) 타는 소리
밤과 함께 기도처럼 깊어갑니다

나는 허허 비워 가난한 가슴
작은 바람에도 커다랗게 흔들리며
들판 가득 청잣빛 하늘을 머리에 이고
흰 스카프 목에 두르고
가을 들길에 섰습니다

깊을수록 손끝 시린
그리움, 그 소슬한 계절병을 앓으며
행여 어느 날 그대 이 길을 지나실까
사추(思秋)의 에움길
하얗게 밝히고 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