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프란시스 베넷이 지난 달 31일, 94세의 나이로 보웬 아일랜드에서 의료조력사망(MAID medical- assistance-in-dying)을 통해 사망했다. 60여년을 같이 해로한 그의 부인 질리안은 10년 전에 스스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조나단(94) MAID 이용해 의사와 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하게 죽음 맞아
치매 걸린 아내도 10년 전 MAID 이행 간청
캐나다 연방 대법원 2016년 일부 조건을
전제로 MAID 이행 허용, 2021년 3월 개정
이 노부부는 뉴질랜드의 한 빵 공장에서 학생의 신분으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다. 조나단이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이들은 영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결혼해 두 자녀를 낳았으며, 6명의 손주와 4명의 증손주를 두었다.
이들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루며, 남편은 철학자, 교사 및 번역가로 활동했고, 부인은 병원 심리치료사 일을 했다. 부인은 80대 초반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 부인의 치매가 악화되면서 이들의 자녀들은 더 이상 모친과 함께 있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부인을 먼저 보낸 남편은 지난 달 말, 양손에 아들과 딸의 손을 잡은 채로 MAID를 통해 편안한 얼굴로 세상을 떠났다.
MAID 방식은 환자의 팔목 정맥에 주사를 통해 약물을 투입한다. 총 3회에 걸친 주사이며, 첫 번 주사를 놓으면 수면 상태에 들어가게 되고, 두 번째 주사를 통해 의식불명 상태가 된다. 마지막 주사로 마침내 환자의 숨이 멈추게 된다. 조나단은 안락 의자에 앉아서 주사를 맞으며 마지막으로 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얼굴을 보며 세상을 떠났다.
딸 사라는 부친이 의사와 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매우 평온하게 죽음을 맞았다고 전한다. 딸은 모친이 사망했던 2014년에는 MAID 방식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 병원 심리치료사로 활동했던 모친은 자신의 치매 증세가 악화돼 가는 것을 알고, 몰래 숨겨뒀던 약물을 복용해 스스로 숨을 거뒀다.
그녀는 생전에 deadatnoon.com이라는 웹사이트에 MAID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편지를 남겼다. 그녀가 남긴 편지를 당시 수 십만명이 읽었다고 그녀의 손자 퀸틴 베넷 폭스는 회상했다. 길리안은 당시 마지막 숨을 거둘 때 남편의 손을 잡고 평온한 모습으로 떠났다.
캐나다 연방 대법원은 지난 2016년, 일부 조건을 전제로 MAID 이행을 허용한다고 결정했다. 조나단은 노쇠 악화로 더 이상 정상 생활이 어렵게 되자, MAID 일자를 정한 뒤, 주변을 정리하고 떠났다.
★MAID LAW에 따른 의료조력사망 신청요건은 캐나다의 의료서비스를 받는 18세 이상의 성년으로 정신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이어야 하며, 매우 위중하고 치유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로, 외부압력이나 영향이 아닌 자발적으로 MAID동의서를 요청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