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둔화·부채 부담 겹쳐
“고령화 대응 실패가 적자의 핵심”
BC주 정부가 대규모 지출 삭감을 예고하면서, 그 여파가 가족·노인·정신건강 및 약물 문제를 겪는 주민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공공 서비스 전반에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본격적인 경제 긴축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2일 데이비드 이비 BC주수상은 주정부가 112억 달러에 달하는 예상 적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2월 17일 발표될 예산안에서 삭감의 대부분이 관료주의와 행정 부문에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비 주수상은 “전방위적인 서비스 축소는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의료와 교육 분야에는 추가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이제 ‘새로운 정상(new normal)’에 맞춰야 한다. 자원 가격 하락, 세계 경제 둔화, 서비스 제공과 핵심 인프라 구축 비용 증가라는 현실 속에서 주정부 재정도 이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보건, 교통, 경제 성장 등 핵심 분야에 재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브렌다 베일리 BC주 재무장관의 최근 발언과도 맥을 같이한다. 베일리 장관은 지난 1월 29일 광역 밴쿠버 상공회의소 행사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15억 달러 규모 지출 삭감 계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베일리 장관은 “NDP 정부는 경제 성장을 중시하며, 중요 광물과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이는 성과를 내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BC주는 다른 주보다 더 많은 학교와 병원, 교통 인프라를 건설해 왔지만, 지금은 경제적 역풍에 직면해 있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러한 결정이 자신을 “주에서 가장 인기 없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도, 적자 축소와 미국 관세 영향 대응을 위해 인프라·의료·공공 서비스 분야 전반에서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BC주 경제 성장률은 올해 1.4~1.8%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미·캐나다 무역 갈등, 인플레이션, 코로나19 이후의 공급망 혼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편 BC주 정부의 채무 이자 및 상환 비용은 이미 연간 52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23개 정부 부처 가운데 단 3개 부처만이 이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이 비용은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UBC 교수인 폴 커쇼는 현재의 재정 적자 상당 부분이 고령화 사회에 대한 장기적 재정 계획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가 80대에 접어들면서 보건부 예산이 전체의 40%를 넘어서고 있다”며, 이로 인해 주거, 보육, 교육 등 젊은 세대 우선 과제에 대한 재정 여력이 크게 압박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쇼 교수는 “1990년대 중반 크레티앵 정부는 캐나다연금계획(CPP) 보험료를 68% 인상해 장기적 흑자를 만들었지만, 각 주는 의료비 재원 확대에 유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비 부담을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고령층 쪽으로 재분배하고, 절감된 재원을 다시 의료 시스템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린이 보육 옹호 단체 관계자인 샤론 그렉슨은, 주정부가 프론트라인 서비스 삭감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10달러 보육 프로그램’과 같은 핵심 정책에 대한 추가 재정 지원이 부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BC주 노인옹호단체 단장인 단 레빗 역시 “지난 5년간 요양시설 침대 수는 5% 늘었지만, 65세 이상 인구는 19% 증가했다”며 노인 서비스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