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한국문화학교의 올 추석맞이는 해변에서 일일 탈춤 캠프를 계획했다. 훤히 트인 해변에서 한국의 추석을 공원을 찾은 이들과 함께 송편도 나누고 해오름 가족과 더불어 탈춤 마당을 펼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주 내내 비로 인해 계획은 무산되고, 아쉽지만 놀스 밴쿠버의 커뮤니티센터 공간을 빌려서 탈춤 마당을 펼췄다. 해오름 가족은 그간 사물놀이, 소고춤, 민요 등을 통해 장단을 경험했으므로 탈춤은 한가위를 맞는 즐거운 명절 풍경으로 자리 잡기에 충분했다.
한창현 예술원 팀이 도착하기 전까지 교사진은 한국 문화 퀴즈를 통해 몸 풀기와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가졌다. 한국어는 서툴지만 명절 차례 지내기, 한복 체험 및 한국의 전통 문화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다양하므로 ‘싸이’ 라는 이름만 튀어 나와도 말 춤으로 응대한다. 명절이라 성인입양 모임의 형과 누나들이 함께 해 시작 전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흥으로 넘쳤다.
드디어 한창현예술단의 한창현 단장님이 도착하고 앉은반으로 사물놀이 공연을 선보였다. 커뮤니티센터 안에서의 공연이라 주변에 방해가 될까 조심스러웠던 것과 달리 주변 가득 사물놀이 공연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한글학교 축제에서 해오름 가족이 선보였던 웃다리풍물 가락이 나오자 몸짓으로 신명을 받아 휘모리 가락에 함께 가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은 진정한 한국의 부모이자 아이들의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사물놀이 공연을 마치고 팀원의 장구 장단과 한단장의 춤사위로 탈춤 강습이 시작 되었다. 불림으로 마음을 고른 한단장은 한복의 옷소매를 이용한 자진화장무로 시작하여, 머리 위로 손을 넘겨 손목을 꺾는 곱사위, 온 세상을 내 품과 네 품에 안은 듯 몸을 크게 열고 닫는 여닫이를 먼저 선보였다.
처음 멋쩍은 표정과는 달리 동작 하나 하나 따라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얼굴에 땀이 베어나고 손짓에서 어깨, 엉덩이까지 엉거주춤, 춤사위는 말 그대로 웃음 바다였다. 머리위로 손을 넘겨 손목을 꺾는 곱사위 동작에서 보여 준 양다리를 흔들고 엉덩이가 승천하는 얼굴 표정과 모습은 꿈에도 잊고 싶지 않은 진풍경이었다.
얼쑤, 절쑤의 추임새로 신명이 무르익을 무렵, 한단장은 그룹의 일원을 하나 둘 불러내어 상대방과 대무하는 어깨치기를 선보였다. 한단장의 손에 이끌려 나와 얼떨결에 손을 머리 뒤로부터 앞으로 멍석을 말듯이 손목을 돌려 추는 춤인 멍석말이를 선보인 성인 팀의 마일라에게서 함박웃음과, 나비와 함께 청산에 들고 싶은 범나비의 날갯짓을 보았다. 연이어 한단장의 손에 이끌려 나온 아이들과 부모들은 손짓과 발짓으로 함께 응대하며 탈춤의 묘미에 빠져들었다. 동서양의 정과 동이 교차되고 몸과 마음의 끝없는 대화가 온몸으로 전파되는 찌릿한 감동의 도가니였다. 강습을 마치며 한단장의 환한 웃음과 이마에 고인 땀방울에서 아이들을 향한 무한한 사랑을 느꼈다. 함께한 단원들 역시 가슴 뭉클한 감동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학생들인 단원 역시 이 시간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 소중한 시간이었을 게다.
해외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탈춤은 더 이상, 보고 듣고 박수치는 관객의 문화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하나가 되고 우리의 멋과 신명을 나누는 우리의 공동체적 문화마당이다. 그 동안 실내에서 우리끼리만 나눴던 한국 문화의 멋과 맛과 신명을 좀 더 너른 마당으로 옮겨 심고 싶은 바램을 마음에 담았다. 해오름 가족과 나눈 우리 문화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아로새긴 추석맞이 탈춤의 하루가 여전히 눈에 아른거리는 가을 날, 불림을 되새기며 청산에 함께 갈 나비의 꿈을 꾼다.
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어든 꽃에 들어 자고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가자.
<작자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