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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오페라의 밤을 걷다

2019-10-11 00:00:00

가을 바람이 실한 일요일 오후, 해오름 가족들을 초대해 준 밴쿠버 필그림 오케스트라(지휘자 석필원) 가을맞이 오페라 갈라 음악회로 향했다.한복 치마자락만 펄럭여도 그리운 해오름 가족에게한국인이 펼치는 클래식 음악의 진수는커다란 선물이자 희망의 서곡이었다.
모짜르트의 ‘휘가로의 결혼서곡이첫 오케스트라 곡으로 석필원 지휘자의 지휘로 빠르고 경쾌하게,간결하고 생동감 있게 올려졌다.이 곡은 모짜르트의 오페라 3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곡으로 소나타 형식으로 발랄하면서 재치와 유머,현악기의 속삭이는듯한 질주와 빠른 흐름이 돋보이는 곡으로 평가받고 있다.곡의 흐름을 손안에 말아 쥔 석 지휘자의 뒷모습이여전히 생생하다.푸치니의 ‘Vissid’arte, vissid’amore’ 나는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았노라from Opera Tosca 의 와 푸치니의’Nessundorma’ 공주는 잠 못 이루고 from Opera Turandot 를 부른 강경이 소프라와 테너 솔로 양인준은 잠자던 음악의 열정을 깨트린 울림의 무대로 관객을 푸근히 감싸 앉았다.주홍 드레스와 잘 어울리는 음색의 감미로운 멜로디와 가을 빛에 물든 사랑의 노래가 별 밤을노래하고 지휘자의 손 끝에서 활주하는 포만감은 정지된 합일점의 아름다움이었다.
이어 물처럼 유연한듯 매혹적인 섬세함으로 생생스의 Mon cœurs’ouvre à ta voix “내 마음을 부드럽게 깨운다” from Opera Samson & Delilah 백재은 메조소프라노의 노래로 삼손과 블레셋 미녀 데릴라의 사랑과 배신을 잠재우고,로시니의-Larto al factotum dellacitta세빌리아의 이발사from Opera Il Barbiere Di Siviglia 가 바리톤 박천일로 노래로 속도감 있게 이어졌다.경쾌하고 유머스러운 몸짓과 번쩍이는 구둣발,코믹한거리 제일의 만물박사로 거듭난 그는 스스로 만족한 연주가 아니었나 곰곰 생각해 본다.내용도 가물가물ㅎㅎ 듣기는 수도 없이 들었음 직 한데 제목조차 떠오르지 않고 연주자의 감흥에 따라가기도 벅찬, 자칫 지루할 수 있을 오페라가 갈라의 옷을 입고 신선하고 가깝게 다가온 무대가 생경스러웠다.
숨도 고르기도 전, 모짜르트의 Non più andrai 너는 더 이상 가지 못해 from Le nozze di Figaro 가 베이스 신금호의 노래로 무대를 장악했다.이별의 노래를 수다쟁이처럼 흥겹고 경쾌하게 행진하듯 노래하며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과 호응하고 코믹 연기까지 선보여 공감일체의 감동을 선사했다.가을 옷을 갈아 입을 겨를도 없이 폭풍처럼 진행된 들리브, 레오의 Sous le dôme épais 두꺼운 돔아래서 (Flower duet) from Opera Lakmé 로부터서로 다른 음색의 두 성악가로 부터 자스민의 향기보다 깊은 음악의 아름다움을 선사 받은 듯한 무대였다.
푸치니의 Che gelidamanina그대의 찬손 내가 녹여 드리리from Opera La Boheme은 테너 양인준을 통해 파리의 1830년경 크리스마스 이브로 관객을 이끌었고 소프라노 소한숙은‘Sì. Mi chiamano Mimì 그래요. 사람들이 나를 미미라고 불러요’로 관객의 손을 마주 잡았다. 1부 마지막을 장식한 소프라노와 테너의 O soave fanciulla 오 사랑스런 아가씨에서 주인공이 서로 사랑을 고백하는 이중창은 은빛 사랑을 향한 절규로 마무리 되었다.오페라는 어렵다는 편견을 가볍게 떨치고 관객과 호흡한 명쾌한 연주였다.사랑의 꿈을 열정적으로 펼치고, 때론 능청스러운 표정과 익살스러운 기교로 음악의 빛과 색을 온몸으로 풀어냈다.
2부 역시 Orchestra / 비제 : Carmen suit no .1 중에 5번째곡 (투우사)로 환호성과 같은 한껏 들뜬 설렘과청량한 멜로디로 관중의 박수와 호흡을 끌어내고 막을 열었다.메조 소프라노 정소영의 검은 드레스에 붉은 코사지,깃털 같은 드레스,탬버린의 경쾌한 찰랑거림과 빠르고 경쾌한 비제의Carmen Suite No.2 Habanera/ [하바네라] 담배공장의 자유분방한 집시 출신 여공인 카르멘이 자기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호세에게 이끌려 그를 유혹하며 부르는 노래와 투우사의 노래가 (Toreador’s Song; Votre toast, je peuxvous le rendre)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인 채 술집에 들어선 에스카미요가 다른 손님들과 건배하며 투우사의 용감성으로 기교를 더했다. ‘신이여 평화를 주옵소서 Pace, Pace, mio Dio ‘베르디 아리아가 가을을 잡아 끄는 듯한 음색으로 우리의 곤고한 영혼을 쉼터로 이끌었다.
정교하도록 아름다운 밤을 그린 ‘Belle nuit, ô nuit d’ amour. 오펜 바흐 호프만의 ‘아름다운 밤, 사랑의 밤’을 노래한 자주와 남색이 어우러진 동양적 서양미,서양적 동양미를 갖춘 두 성악가의 모습 뒤로 지휘자의 흰 소매 끝 안의 곡선을 통해손 안에 감긴 우주를 느꼈다.모짜르트의 Ah, guarda, sorella 아, 보아라, 자매여 from Opera Così fan tutte 의 곡엔 흑과 백의 거울을 통한 질투,마주했다 놓은 손의 부딪히는 화음 결로 호흡을 더했다. 도니제티의 Voglio dire lo stupendo사랑의 묘약도 살수 있나요? from opera L’elisir d’amore 의 듀엣과 앙상블로 마지막을 장식한모짜르트 최고의 걸작 오페라로 꼽히는휘가로의 결혼 Opera Le nozze di Figaro는 가을밤에 펼친 별들의 향연이었다.
앵콜 곡으로 올려진, 아름다웠지만 파리 상류사회의 고급 매춘부였기 때문에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는 줄거리로 사랑을 고백하고 찬미하는 사람 앞에 마음을 담아 부르는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 축배의 노래(‘Libiamo, ne’li calici’)와 그리운 금강산으로사랑과 희망으로 우리의 염원을 담은 막이 내렸다.
살아간다는 것이 한낮 작은 점에 불과할 지라도 점의 합일점이 삶의 정점임을 비로소 느끼게 된 연주회였다.소리내고 싶어하는 우리의 삶은 참 많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소재로 한다. 희(喜)는 웃음보다 진한 눈물의 결정체를 가졌고 노(怒)는 성난 파도의 일렁거림 뒤의 온화한 얼굴을 가졌다. 슬픔은 기쁨을 뛰어 넘는 순화력을 가졌으며 즐거움에는 광대의 웃음에 담긴 짙은 내면의 세계가 담겨 있다.
음악을 통해 이해하고 화합하며,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를 함께 넘나듦은 세계의 언어로서 지구를 둘러싼 하나의 힘으로 느껴진다.
또한 즐거움만이 기쁨 그대로 표현되어 지는 것이 아니라, 슬픔과 격정의 비통함조차 음악에서는 용해된 아름다움의 극으로 승화할 수 있는 마력을 되새긴 밤,옅은 국화 향이 가을 바람에 실린다.모처럼 숨소리조차 고르고 선율에 몰입해가을을 부른 오페라의 밤을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