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문영

그녀는 올해 노벨상을 받았다

온 세상이 들 끓고

나는 그녀가 쓴 책을 탐독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그녀가 정말 궁금했다

해결되지 못한 깊은 상흔, 트라우마

삶에서 왜 폭력이 있어야 하는 가의 끝없는 질문과 대답

인간 본연의 연약성

그러면서 밝은 면도 있다는 그 갈등너머의 사랑

그녀는 허리가 굽었다

하도 소설을 쓰느라

앉은 자세가 영 굽었다

그 굽은 허리에서 왜 나는 슬픔을 보았을까

그녀는 그녀의 책을 읽는다

하나도 감정이 없고 하나도 표정이 없다

그리고 그 책이 친밀한 것도 같으나

낯설다고 한다

내가 그 작가님에게 느낀건

오래 된 캄캄한 슬픔의 통로에서

빠져나온 그녀의 흰 웃음에 있다

11살 때 겪은 슬픈 상처로 겹겹이 쌓여진 오래된 상흔,

폭력적 역사적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와

이제 밝은 빛을 볼 수 있는 얼굴이 편안해 보이나

슬픔의 무늬에서 빠져나온 상흔이 보인다

빠 져 나 왔 다 이제

그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허리를 펴지 못했던 그녀,

단풍이 든 어느 가을 날,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시골집 마당에서 빗자루로 낙엽을 쓸다 갑자기 날아든 전보에

문득 하늘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