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시사칼럼 6] 피터의 순정](https://canadaexpress.com/news/wp-content/uploads/2025/03/24-pic.jpg)
이원배(캐나다 한인 늘푸른 장년회 회장/수필가)
내가 피터를 처음 만난 것은 2011년 7월 22일 그의 버나비 뉴웨스트민스터 선거구 지역사무실에서였다. 당시 노인회 부회장이였던 나는 채승기 회장과 함께 한국전 참전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일을 하면서 동분서주했었다. 건립추진위원회는 2009년에 캐나다 참전용사인 더그 저메인(Doug Germain)씨와 채승기씨가 공동위원장으로 선출되어 10여명의 이사진들과 함께 기념관 건립자금모금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였다.
그 중의 하나가 청원서를 참전용사 가족 및 한인들로부터 받아서 주정부, 연방정부, 심지어는 한국정부에 전달하는 일이었다. 피터는 신민주당(NDP) 소속 연방하원이었고, 건립을 추진하려는 지역인 버나비가 지역구였기 때문에 그를 찾은 것이다.
첫인상이 참 선량해 보였다. 말 그대로 ‘순박하고 착한 톰 아저씨’ 같았다. “저의 첫 해외여행지가 한국이었습니다. 1986년도에 방문하였는데 박물관 등을 돌아보며 참 유서 깊은 나라구나 생각했습니다. 또한 전쟁을 치른 나라 같지 않게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의 첫마디에 한국에 대한 진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전 당시 캐나다군 참전용사는 총 26,791명이었으며 이중 561명이 전사하였다. 그러나 남한과 북한과의 ‘내전’이라는 이유로 캐나다에서는 ‘잊혀진 전쟁’으로 취급되었다. 당시 캐나다군 참전용사들과 캐나다에 사는 한국인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한국전 참전기념관을 건립하고자 한다는 취지를 말했더니 적극 지원하겠다며, 회비 $20을 내면서 자기도 회원가입을 시켜달라고 했다.
2,000여장의 청원서를 하원에 제출하고 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신민주당이 여당이 아니라서 영향력이 제한되었고, 정부기금 지원이 무위로 돌아갔음을 무척 아쉬워했다.
그는 한인행사에는 열일 제쳐놓고 참석했다. 특히 캐나다 한국문협의 ‘한카문학제’와 늘푸른 장년회의 ‘BC 다문화 공연예술제’에는 여러 번 참석하면서 모자익 문화를 지향하는 한인들의 다문화 행사에 감사를 표했다.
십 수년이 흘러 이제는 그도, 나도 늙어가지만 한국인과 한인사회에 대한 그의 순정(?)은 여전하다. 선거철이 되면 한인투표율이 고작 10%선에서 왔다 갔다 해서 참 부끄럽지만 그래도 그는 아랑곳 않는다. 동양인에 대한 애정은 그의 부인이 중국인이라서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3월 18일 인사동에서 가진 한인사회와의 간담회에서는 특히 청년들이 많이 참석했다. 지역 청년간담회에 늘푸른 청년회 회원들이 참석한 인연도 있지만 그는 특히 차세대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진 듯했다. 이번에 한인청년을 지역구 보좌관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한인 들과의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다민족사회에서 한인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요구된다. 주의원인 폴 최처럼 한인정치인의 정계진출을 후원하는 것이 우선시된다. 그러나 피터처럼 한국을 사랑하고 한인들을 좋아하는 친한 파 정치인들도 못지 않게 후원해야 한다. 정당과 정파를 떠나서 한인의 목소리를 앞서서 대변해 줄 수 있다면 무조건 후원해야 한다. ‘돈도 없는 데 무슨 정치자금 내라는 이야기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정치참여란 많은 후원금을 내는 것만이 아니다. 시민권자라면 선거 때 꼭 투표하고, 영주권자라면 당원가입도 가능하니 생각해볼 일이다. 당비 $10이면 한인사회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연방하원선거가 곧 있을 예정이란다. 어느 정당을 지원하던 상관없다. 피터 쥴리앙처럼 내 편이 되어 한인사회를 보살펴 줄 순정을 가진 정치인이 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에게 한 표를 던지자. 그것이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하는 길이고, 차세대들을 위한 투자가 될 것이다. 그의 지역구에 사는 나는 벌써 선거일이 기다려진다. 아침 일찍 가서 소중한 한 표를 우리들의 미래를 위해 행사하여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