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대형 화물차 운전자들이 겪어온 오랜 ‘독박 과실’ 관행을 깨기 위해 BC주정부가 전격적인 법제화에 나섰다.
BC주의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모든 상용 차량에 대시캠(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캐나다 전국을 통틀어 최초의 시도다.
이번 법안은 정파를 초월한 여야 합의의 결실이라는 점과 사고 시 무조건 가해자로 몰렸던 화물차 운전자들의 억울함을 과학적 증거로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와드 스테이머 BC보수당 의원은 “이 법안은 고속도로에서 예방 가능했던 대형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피눈물 나는 호소에서 시작됐다”며 “블랙박스는 사고 발생 시 증거가 왜곡되거나 수개월씩 걸리는 수사 과정 속에 묻히는 것을 막아줄 확실한 방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를 대변하는 BC 트럭협회(BCTA)도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협회 통계에 따르면, 대형 트럭 등 상용차가 연루된 교통사고 중 무려 75%는 상용차 운전자의 과실이 아닌 주변 승용차나 타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브 얼 BC 트럭협회 회장은 “이번 법안은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베테랑 화물차 운전자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 라고 평가했다.
본 법안은 승인을 거쳐 6개월 뒤 본격 시행된다. 다만 실제 현장 안착까지는 아래와 같은 행정적· 법적 문제점들이 과제로 남아있다.
- 애매한 적용 범위: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 와 같은 소형 상용차부터 ‘초대형 트레일러’까지 모든 상용차에 같은 잣대를 적용할지, 차종별로 차등을 둘지 세부 기준을 조율.
- 사생활 침해 및 영상 관리 리스크: 블랙박스에 녹화되는 주변 운전자와 보행자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 그리고 촬영된 영상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할지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부재.
- 타 주와의 규정 파편화: 주 마다 블랙박스 의무화 여부나 영상 저장 포맷, 보존 기간이 다를 경우, 여러 주를 횡단하는 장거리 화물차 운전자들이 극심한 규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트럭협회는 장거리 운전자들의 혼란과 규제 충돌을 막기 위해, 연방 정부 차원에서 이 법안을 캐나다 전국 표준으로 통합 구현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