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29일 ThursdayContact Us

한국인이 병원을 방문하는 가장 흔한 이유, 잇몸질환

2025-05-28 12:13:11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이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이유는 감기(급성 기관지염)도, 고혈압도 아닌, 잇몸질환(치은염 및 치주질환)이었습니다. 잇몸질환은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감기, 고혈압, 당뇨와 같은 전신질환에 비해 환자들의 경각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입니다.
잇몸질환과 전신 건강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최근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잇몸 건강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에서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잇몸질환이 있는 환자가 COVID-19로 인한 사망률이 약 9배나 높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잇몸질환이 전신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치과의사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입니다. 인체는 피부라는 강력한 보호막으로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있지만, 피부 외에 외부와 직접 접촉하는 부위는 눈, 코, 입, 항문, 생식기입니다. 이 중 입은 특히 혈관과 직접 연결되어 있어 인체 보호체계의 최대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잇몸에 염증이 생기면 붓고, 들뜨며, 피가 나게 됩니다. 이때 세균이 잇몸뼈까지 침투해 전신으로 퍼질 수 있으며, 잇몸뼈에 염증이 생기고 녹아내리는 질환이 바로 풍치입니다. 세균이 몸 안의 뼈까지 침투해 뼈를 갉아먹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뼈’는 단순히 인체의 구조를 지탱하는 역할 외에도 혈액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합니다. 혈액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뿐 아니라, 세균과 싸우는 백혈구, 혈전을 형성하는 혈소판 등 다양한 구성 요소를 포함합니다. 세균이 잇몸을 통해 혈액 생성기관인 뼈에 들어오면, 혈류를 타고 전신을 돌아다니며 고름 등 염증물질이 혈액에 섞이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나 심장판막질환이 있는 경우, 세균이 혈액을 통해 퍼지면서 패혈증 등 중대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잇몸 치료 전 예방적 항생제 복용이 필요합니다. 잇몸 염증은 또한 혈전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 혈전이 혈관을 막으면 뇌경색, 심근경색 등 심각한 질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COVID-19 관련 연구도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잇몸질환 환자는 이미 혈액 내 염증 상태가 진행 중일 수 있기 때문에, 예방접종이나 감염 시 그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잇몸질환이 흔하지만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질환이며, 전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드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잇몸질환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며, 잇몸질환은 암처럼 증상이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잇몸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거나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하여 꾸준히 관리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잇몸질환의 예방과 관리법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밴쿠버 서울치과 강주성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