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식량 불안정’ 심각, 소득 120%가 식비·방값으로
급등한 식료품 가격과 주거비 부담이 지속되면서 캐나다 전역에서 ‘식량 불안정’ 문제가 심각한 사회·경제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저소득 취약계층의 경우 식비와 주거비 지출이 소득의 12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 기본적인 생계 유지마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조사됐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캐나다인 4명 중 1명꼴로 식량 불안정을 겪는 가구에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수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 중 하나로, 생활비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특히 해당 통계는 같은 기간 식품 가격이 전년 대비 3.5% 상승한 것으로 발표된 시점에 공개돼 국민들의 체감 물가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식량 불안정은 충분하고 영양가 있는 식품을 안정적으로 구입하지 못하거나, 식비 부담 때문에 식사를 줄이거나 거르는 상황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식료품 가격 상승과 높은 임대료, 에너지 비용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마리사 알렉산더 ‘푸드 시큐어 캐나다’ 대표는 현 상황에 대해 “처참한 수준”이라고 성토했다. 알렉산더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만큼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공정하고 적절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거비와 식료품 가격만 치솟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대부분의 주에서 식량 불안정을 겪는 인구 비율은 23%에서 28% 사이를 기록했다. 퀘벡주만이 18%로 이 범위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치를 보였다. 온타리오주 피터버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이 같은 재정적 압박이 푸드뱅크 등 구호 단체의 이용객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피터버러 지역을 관할하는 ‘레이크랜드 공공보건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해당 지역 가구의 22.3%가 식량 불안정을 겪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현재 주거비와 식비 부담은 취약 계층에게 다른 기초 생활 필수품을 살 여유를 전혀 남겨두지 않는 수준이다. 분석에 따르면, 3베드룸 아파트에 거주하며 최저임금을 받는 4인 가족의 경우 소득의 71%를 렌트비와 식비로 지출하고 나면 약 1,432달러의 여유 자금이 남는다. 그러나 정부 복지 수당에 의존하는 같은 조건의 가족은 렌트비와 식비를 감당하기 위해 소득의 무려 120%를 지출해야 하므로, 매달 666달러의 적자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
알렉산더 대표는 “과거에는 식량 불안정이 특정 부류의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며, 그것이 개인의 무능이나 실패 때문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존재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개인의 잘못이 아닌, 명백한 ‘시스템의 실패’라는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이크랜드 공공보건소의 소속 등록 영양사인 로렌 케네디는 식량 불안정이 단순히 굶는 문제를 넘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국내 푸드뱅크들은 이제는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알렉산더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많다고 제언했다. 올 봄 초 도입된 ‘식료품 및 필수품 지원금’과 같은 추가 복지 혜택을 늘리거나, ‘캐나다 아동 지원금’이 실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수중에 전해지도록 체계를 개편하는 방법, 나아가 기본소득 제도를 전면 도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알렉산더 대표는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은 식품과 먹거리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는 점”이라며, “현재 캐나다는 그 당연한 권리를 국민에게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