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에서 느낀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 / 이시우

2025-08-07 15:41:57

주니어 평통위원으로 주의사당 방문기

글 이시우(Burnaby North Secondary G8)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밴쿠버협의회(협의회장 배문수)는 7월 14일 오전 10시 BC주 의회를 방문했다.
햇살으로 눈이 부셨던 당일 월요일, 주니어평화통일 위원으로써 빅토리아 주의사당에 다녀왔다.
아침 7시, 졸린 눈을 비비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잠깐 바깥 공기를 마시니 위원분들이 금방 도착했다. 검은색 미니밴을 타고 이동하게 될 거라고 하셨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은 없었다. 조금 더 기다리니, 하나 둘씩 같이 갈 동료들이 왔다. 7시 30분쯤, 모두 차에 모여 출발하게 되었다. 잠잠하던 마음이, 오븐 속에 빵처럼 점점 부풀어갔다.
한 시간 반쯤 차를 타고 해변가를 달렸다. 1년 동안 학교에서 최선을 다한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기분이었다. 친숙하지 않은 어른들과 가는 것이라 어색하지는 않을까, 분위기가 너무 진지해서 실수하면 어쩌지, 걱정했지만 내 편견을 깨부스듯 차 안은 활기로 가득 찼다.
배에 탑승해 굶주린 배를 붙잡고 식당이 있는 5층으로 올라갔다.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시켰다. 든든하게 햄과 달걀 스크램블과 함께 토스트를 먹었다.
같이 간 주니어 평통 위원들과 함께 의사당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얘기하며 배에 있다보니 벌써 1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의사당에 도착했다.
햇살 쨍쨍한 날씨에 반짝이는 풀밭과 에메랄드빛 의사당을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직원 분의 안내를 받으며 안쪽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사 전, Paul Choi 주의원님의 환영 인사와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분은 자신이 10살 때 밴쿠버에 처음 온 것과, 이곳에서 자라며 겪은 정체성의 혼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생소하고도 영향력이 없어서 취업할 때 자신이 백인이었다면, 차라리 중국인이였다면이라는 생각까지 하셨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어른들이 한류 열풍, 케이팝의 영향 등의 말씀을 하셔도 솔직히 한류라는 것의 체감이 잘 되지 않았는데 그 말씀을 듣고 나는 지금 이 시대에 한국인으로서 이 땅에 살아서 참 감사하고 자랑스러워해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영화가 크게 흥행하고 케이팝이나 한국 문화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조차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며 새삼 한국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커졌음을 느낀다.
사람들이 한국 가전 제품을 쓰고, 나조차 잘 보지 않는 한국 드라마를 보며 케이팝 춤을 추기도 하는 세상에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또한 한국의 이름에 걸맞게 행동하는 사회의 일원이 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 20년 전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 한국을 빛내고 알리려 노력하신 여러분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서 내가 지금 이곳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깊이는 독립운동가들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키고 전파하기 위해 힘쓰신 수천, 수만 명의 분들로 인해 나는 오늘 아주 당연하게 “한국인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었던 식사를 마치고, 가이드 분과 함께 의사당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스테인 글래스 유리창부터 나무 엘리베이터, 주의원분들이 쓰시는 BC주의 16세기부터 오늘날까지의 신문이 있는 도서관, 주 의회 의원들이 회의하는 의회 회의장, 추모원형 홀 등을 관람했다.
추모 원형 홀은 아무 이유 없이 국기와 표식들을 달아놓은 것이 아니라 캐나다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BC인들에게 봉헌된 곳이라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이 어떤 것일까 감히 상상밖에 할 수 없지만 그분들의 결단이 참 대단하고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의회 회의장 같은 경우에는 나 같은 방문자들도 회의가 열리는 모습을 방청석이나, TV로 시청도 가능하고, 만약 실시간 회의를 보지 못하는 경우에도 실시간으로 회의내용을 글로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신기했다. 이런 회의 같은 경우에는 항상 기밀이라 내가 의원이 되지 않는 이상 볼 기회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회의를 보거나 내용을 알 수 있다니 신기하고, 더 신뢰가 갔다.
주 의사당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겉모습에 비해 실내에는 특별한 것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의사당 내에는 겉보다도 훨씬 귀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어떤 곳에서 BC주 의원들이 일하고, 회의하는 지 알게 되었다. 빅토리아에 다녀와서 주니어 평통 의원이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이런 기회로 다녀오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한 것보다도 훨씬 많은 것을 보고, 느꼈던 것 같다. 이런 기회를 주신 평화통일 자문위원회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