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민주평통 밴쿠버협회 통일골든벨 행사에 참가 소감
글 | 김세린 (Seaquam Secindary School Gr.11)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밴쿠버협의회(협의회장 배문수)는 ‘2025 해외청소년 통일골든벨’을 5월 24일 오전 10시 Douglas College Coquitlam 에서 개최했습니다. 민주평통은 청소년의 올바른 통일관과 역사관을 정립하고 평화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2011년부터 매년 개최하며 올 해 제15회를 맞이했습니다.
2025년 통일골든벨에 참가한 경험은 제게 단순한 퀴즈 대회를 넘어선 지적•정서적 전환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순수한 호기심과 도전 정신으로 임했지만, 준비 과정과 현장에서 마주한 수많은 경험에서 온 생각은 제게 깊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왜 통일을 공부하는가? 통일은 왜 여전히 우리 사회에 중요한 과제인가?’ 한국에서의 학창 시절 내내 반복적으로 배워온 분단과 전쟁의 역사, 그리고 막연하게 언급되던 통일이라는 개념은, 2년간 연속 참가한 대회를 계기로 구체적 현실성과 인간적 온기를 지닌 주제로 제 앞에 다가왔습니다.
예상 안내 문제들의 예시가 있는 자료를 넘기는 손끝마다, 매체에서 접했던 탈북민들의 표정마다, 그리고 문제 속에 숨겨진 맥락마다 남과 북이 겪은 고통과 분단의 비극, 그리고 그 너머의 가능성과 희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깊은 울림을 주었던 것은 자유를 향한 갈망으로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북한 이탈 주민들, 그들의 여정이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일상, 표현의 자유, 교육받을 권리마저 간절히 소망해야 하는 현실은 동시대, 같은 민족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들의 용기와 상처는 통일이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삶의 회복을 위한 필수적 과제임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저는 통일 문제를 더 이상 추상적 개념이나 먼 미래의 과제로 둘 수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통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과제이며, 그 실현은 ‘정부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세대가 품고 고민해야 할 공동의 책무입니다. 특히 분단이 남긴 구조적 폭력과 무관심 속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존재를 마주하면서, 진정한 통일은 제도의 통합 이전에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배경의 참가자들과 함께한 시간은 제게 특별한 배움의 장이었습니다.
각자의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치적∙경제적∙사회문화적 맥락을 넘나들며 다층적 사고의 깊이를 더해주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단순한 암기나 지식의 습득을 넘어, 비판적 사고와 공감 능력, 그리고 역사의식과 시민의식이라는 더 본질적인 배움을 얻었습니다. 이제 저는 통일을 단지 ‘올 것’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단의 상처를 딛고 미래를 그려나가야 할 세대의 일원으로서, 저는 앞으로도 통일과 평화의 문제에 능동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다짐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귀중한 경험을 가능케 해주신 모든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단지 문제를 맞히고 틀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역사와 사람을 향해 열린 감수성과 책임감을 품게 해준 이 대회는 앞으로 제 삶의 방향에도 깊은 울림을 남길 것입니다. 언젠가, 국경 없는 한반도의 어느 평화로운 날, 오늘 이 순간을 함께한 모두가 다시 만나 진정한 통일의 의미를 나눌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