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상 김 세린 (Seaquam Secindary School Gr.11)
나는 현재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고등학생이다.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캐나다 모자이크 사회에 지내면서 한국인이라는 좁은 생각에서 벗어나 전세계 민족들이 하나라는 넓은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다. 내 가족이라는 작은 틀에서 사람이라는 큰 틀로 바뀌었다. 그리고 남북 분단으로 인해 가족이 지구상에 살지만 만날 수 없는 비극을 알게 되었다.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1983년 여름, KBS에서는 특별한 생방송을 시작했다. 6•25 전쟁으로 헤어진 가족들을 다시 만나게 해주기 위해, 무려 138일간 이어진 방송이었다. 대학교 입학 지원서에 한 줄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 참가한 ‘통일 골든벨’ 준비를 하며 북한 관련 자료를 찾아보던 중, 알고리즘이 추천한 오래된 영상 하나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그것은 40여 년 전의 생방송 기록이었고, 나는 무심코 재생 버튼을 눌렀다가 다섯 편이나 연달아 시청하게 되었다. 그 영상 속에서 사람들은 종이 한 장 없이, 오직 희미한 기억 하나만을 붙잡고 가족을 찾아 나섰다. 그들은 모두 전쟁 당시 어린아이였고, 성인이 되기 전 흩어졌다. 거의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도 ‘가족’이라는 단어 하나로, 그들은 다시 그 기억을 되살려 보려 애썼다.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르는 이들을 위해,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커다란 하드보드지에 그들의 이야기를 대신 써주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왼쪽 뺨에 점이 있었고, 어릴 적 할머니 손을 잡고 양말을 팔러 다녔다’
이처럼 아주 사소한 단서까지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다. 그 하드보드지는, 그들에게 단순한 종이가 아닌 ‘희망’이었다.
그 수많은 사연 중에서도, 내 마음을 가장 깊이 흔든 이야기는 ‘허씨 남매’였다. 전쟁 통 속에 흩어진 남매는, 부모님의 고심 끝에 각각 고아원과 양녀로 보내졌고, 그 이후로 서로의 소식을 잃었다. 세월이 흘러도 동생의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았지만, 오빠는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마지막 희망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이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기적처럼, 오빠는 생방송 화상통화를 통해 동생을 마주했다. 화면을 보자마자 동생은 “오빠다…”라고 나직이 말했다. 사진 한 장 없이 20년을 살아온 세월이었다. 그럼에도 단번에 알아본다는 건 얼마나 절절한 그리움이었을까. 이튿날, 동생은 제주에서 대전으로 날아가 오빠를 만났고, 그 장면은 또다시 생중계되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전쟁 이후 내 핏줄이 아무도 없어 너무 외로웠는데, 오빠를 만나 하루하루가 꿈만 같다.” 그 말은, 내 마음에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1950년 발생한 6.25 전쟁으로 지금까지 남한과 북한은 가깝지만 갈 수 없는 곳이다. 가족이 있어도 만날 수 없는 곳.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 가족과의 만남 실현이 불가능하다. 이제 세월이 흘러 이산가족의 대부분은 고령의 나이다. 그리고 그 세월동안 남과 북이 여전히 대립 상태인 것이 안타깝다. 가족이라는 작은 틀에서 벗어나 큰 의미의 가족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현재의 삶에 만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산가족, 이혼 가정, 부모의 버림의 받은 아이들, 갑자기 부모를 잃은 아이들,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는 아이들 그들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존재한다. 나는 사회가 평범한 사람들에 기준을 맞추기 보다는 소외 되어 있는 층에 관심을 가지고 개선해 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작은 노력들이 사회를 조금이나마 아름다운 사회, 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는 함께 있다는 익숙함에, 가장 소중한 이들을 당연하게 여긴 건 아니었을까? 그들의 존재만으로 하루가 ‘꿈처럼 행복한 날’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도, 마음만은 더 단단히 연결되는 관계.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다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사람들.
이제 나는 그저 도덕 교과서 속 문장이 아닌, 삶 속에서 진심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좀 더 늘어가길 바란다.
그리고 소망한다.
누구든 너무 늦기 전에,
자신의 곁에 있는 가족을 바라보며
‘허씨 남매’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다시 한번 배운다.
가족이란, 피를 나눈 사람 그 이상이다. 그 존재의 소중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를
그리고 가족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가족이 되어 줄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