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12일 ThursdayContact Us

길 잃은 한인 등산객, 차가운 바닷물 표류 끝 극적 구조

2026-02-12 11:53:09

지난주 노스 밴쿠버 인디언 암 해안에서 저 체온증으로 위급했던 70대 한인 등산객을 구조한 23세 선장 엠마 엘빈.

한인 이학성(70) 씨 인근 주민 도움으로 구조

차가운 바다 물 속 추락…저체온증 쇼크에 빠져

지난주 노스밴쿠버 바덴 파월 트레일에서 길을 잃고 영하에 가까운 바닷물에 빠졌던 한인 등산객 이학성(70) 씨가 인근 주민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 씨는 하산 도중 방향을 잃은 뒤 해안가에서 카약을 발견하고 자신의 차량이 있는 지점까지 이동하려다 차가운 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저체온증 위험이 높은 상황이었지만, 주변 주민이 이를 발견하고 신속히 구조에 나서면서 생명을 건졌다.

사건의 발단은 산행 중 경로를 이탈하면서 시작됐다. 이 씨는 숲속에서 길을 헤매다 인디언 암(Indian Arm)의 험준한 해안가에 다다랐다. 그는 딥코브에 주차해 둔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가기 위해 해안가 개인 선착장에 있던 카약 한 대를 빌려 타고 바닷길을 가로지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구명조끼도 없이 카약에 오르려던 순간 중심을 잃고 뒤집히면서 이 씨는 차가운 바다 물 속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 씨를 구한 주인공은 인근 해안가 캐빈에 거주하는 소형 선박 선장 엠마 엘빈(23)이다. 엘빈은 평소 12인승 보트를 몰고 이글 마운틴 파이프라인 건설 노동자들을 수송하는 ‘프리즘 마린’ 소속의 선장이다. 도로 연결이 되지 않는 오지에서 자란 그녀는 TV나 인터넷 대신 창밖으로 지나가는 배와 바다의 풍경을 보며 성장한 바다의 전문가다.

사고 당일, 오랜만에 찾아온 맑은 날씨에 일을 마치고 데크에서 휴식을 취하던 엘빈은 평화로운 수면 위로 들려오는 카누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박자가 맞지 않는 이상한 신음소리를 포착했다. 왼쪽 이웃집 선착장을 살피던 그녀는 물에 잠긴 카약과 선착장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검은 옷차림의 남성을 발견했다.

엘빈은 즉시 “그대로 버티세요! 구하러 갑니다!”라고 소리쳤으나 남성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육로로는 접근이 불가능하자 그녀는 곧장 자신의 보트로 달려가 엔진을 가동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 씨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가느다란 밧줄 하나에 의지하고 있었으며, 극심한 추위로 인해 손가락은 이미 마비되어 밧줄에 고정된 듯 굳어 있었다.

선착장이 너무 높아 손이 닿지 않자 엘빈은 저체온증 쇼크에 빠진 이 씨를 구하기 위해 머릿속으로 ‘1-10-1’ 법칙(호흡 안정 1분, 자가 구조 가능 시간 10분, 사망까지 남은 시간 1시간)을 떠올렸다. 이 씨의 스마트 워치는 그가 물에 빠진 지 이미 32분이 지났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엘빈은 밧줄을 가져와 이 씨의 몸에 고리를 걸어 고정시킨 뒤, 사력을 다해 그를 바위 턱 위로 끌어올렸다. 이어 해안가로 내려가 물속으로 뛰어든 그녀는 이 씨를 부축해 안전한 뭍으로 옮겼다. 당시 이 씨는 극심한 오한과 함께 의식이 혼미한 상태였다.

엘빈은 즉시 이 씨의 젖은 옷을 벗기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응급조치를 취했다. 소리를 듣고 달려온 남자친구와 주변 카약커들의 도움으로 마른 수건과 담요, 여분의 옷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해안경비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엘빈은 당뇨 환자인 이 씨의 혈당을 체크하는 등 세심하게 보살폈다.

기운을 차린 이 씨는 “가벼운 하이킹을 하려 했으나 숲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며 “해안가에 있는 카약을 타고 돌아가면 될 줄 알았다”고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자칫 위험 할 뻔했으나, 이웃의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인 한 청년의 용기 덕분에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엘빈은 “바다에 살면 언제나 창밖을 살피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구하러 나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며 겸손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