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이 구름 되어 / 윤문영

2025-10-09 15:01:53

길을 걷는다

걸음이 구름을 향해 걷는 듯
뭉게뭉게 걷는다

어디를 가고 있을 까
얼만큼 더 가야 걸음이 지칠까

지치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더 이상 생각이 안 나고 다만 몸이 지치는 일은
얼마나 희망인지

몸이 노곤히 오징어 구워 지듯 오므라 지고

잔뜩 굽어지고
잔뜩 바람이 불어
다시 펴진다면

피로는 굽어진 마음을 노곤히 앉혀
풀 섶에 뉘인다

나는 말 없이 구름이 되어 두리 둥실
길을 걷는다

곰들이 블루 베리를 먹기 위해 고개를 숙였던 길,
잘도 훑고 지나간 자리

바람이 나뭇가지 위에 불었던 길을
구름 처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