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 윤문영

2025-09-24 13:15:45

가을이 오면
문득 바람이 불면
밥 한 번 먹을 까 하며 기웃

가을이 오면
길 가다 혹 채이는 허전함이 있다면
한 번 만날까 하며 갸웃

가을이 오면
햇살이 바람 한 가운 데서 동그랗게 강강수월래 한다

언듯 허전한 마음도 그렇게 그렇게
둥그렇게 지나간다

가을이 오면
허전이 찾아 와
그렇게 그렇게 뒹굴다 간다

하늘과 땅이 가까워 지고
저녁해가 지도록 땟구정이 아해들과 함께
포물선 같이 흐르는 가을

지나간 것들이 살금 살금
가을을 뚫고 들어 온다

가을이 오면
세밀한 기억이
구름 처럼
바람처럼
천천히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