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차가워지면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감기는 흔하지만, 때로는 며칠씩 일상생활을 무너뜨리고, 노약자에게는 폐렴이나 기관지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방에서는 감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치료할까?
서양의학에서는 감기를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상기도 염증으로 본다. 특별한 치료약은 없고, 해열제나 진통제로 증상을 완화하며 자연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의학은 감기를 단순히 ‘감염’으로만 보지 않는다. 외부의 찬 기운이나 열기 같은 **사기(邪氣)**가 인체의 방어기운인 **위기(衛氣)**를 뚫고 들어와 생기는 기운의 불균형으로 해석한다. 즉, 감기는 몸의 조화가 깨졌다는 신호다.
한의학에서는 감기를 감모(感冒) 또는 **상한(傷寒)**이라 하며, 원인과 증상에 따라 구분한다.
찬 기운에 노출되어 으슬으슬 춥고 맑은 콧물이 나는 것은 풍한감기(風寒感冒),
열이 나고 목이 붓거나 누런 가래가 끓는 것은 **풍열감기(風熱感冒)**다.
두 경우의 원인이 다르므로 치료법도 달라야 한다.
풍한감기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땀을 내어 사기를 몰아내는 갈근탕(葛根湯), 형개연교탕(荊芥連翹湯), 마황탕(麻黃湯) 등이 쓰인다.
풍열감기에는 열을 식히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은교산(銀翹散), 연교패독산(連翹敗毒散), 상국음(桑菊飮) 등을 사용한다.
한의학은 이처럼 체질과 병의 성질에 따라 다른 처방을 내는 맞춤치료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감기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땀의 조절이다.
풍한감기에는 땀을 적당히 내어 사기를 배출하고, 풍열감기에는 과도한 땀을 막아 탈수를 방지한다.
이 미묘한 조절을 통해 인체의 자연 회복력을 돕는 것이 한방치료의 핵심이다.
감기 후에는 체력이 떨어지고 피로가 남기 쉽다.
이때는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경옥고(瓊玉膏), 사군자탕(四君子湯) 같은 보약으로 기운을 보충하면 회복이 빠르고 재발도 줄어든다.
감기를 단순히 없애는 데서 그치지 않고 면역기능과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한방의 목적이다.
한방에서는 감기를 몸이 쉬라는 신호로 본다.
과로, 스트레스, 수면 부족으로 위기가 약해지면 외부 자극에 쉽게 노출되어 감기가 생긴다.
따라서 충분한 휴식과 따뜻한 음식, 적절한 수분 섭취가 약 못지않게 중요하다.
물론 고열이 지속되거나 호흡곤란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서양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초기 감기나 회복기 피로는 한방치료로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
특히 항생제를 쓰지 않고도 면역을 회복시키는 점에서 부작용이 적고 안전하다.
결국 한의학에서 감기의 치료란 바이러스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몸의 저항력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한약은 면역계를 강화하고, 침·뜸·부항 치료는 기혈순환을 돕는다.
감기는 몸이 보낸 작은 경고다.
한방의 지혜로 몸의 균형을 되찾는다면, 단순한 감기 치료를 넘어 건강한 삶의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하며, 개별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가의 진료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글 미소드림한의원 원장 노종래 (RTC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