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약방에 감초’라는 말이 있다. 어디에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존재를 빗대는 표현이지만, 이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오랜 한의학 임상 경험에서 비롯된 말이다. 실제로 감초는 수백 년 동안 가장 많은 처방에 포함된 약재이며, 오늘날에도 그 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감초는 왜 그토록 많은 처방에서 빠지지 않고 사용되어 왔을까.
감초는 이름 그대로 ‘단맛의 풀’이다. 성미는 달고 평하며, 심·폐·비·위로 귀경한다. 한의학적으로 감초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장부를 강하게 자극하기보다 인체 전반에 고르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감초는 보약에도, 해열약에도, 소염약에도 함께 쓰인다. 감초가 ‘만병통치약’이어서가 아니라, 모든 약이 몸에 무리 없이 작용하도록 조율해 주는 약재이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감초의 효능을 크게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비위를 보하고 기운을 돕는 작용이다. 소화 기능이 약하고 쉽게 피로해지는 사람에게 감초는 처방 전체가 부드럽게 흡수되도록 돕는다. 둘째는 폐를 윤택하게 해 기침을 멎게 하는 작용이다. 목이 마르고 마른기침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 감초는 기도의 점막을 보호해 증상을 완화한다. 셋째는 근육의 긴장을 풀어 통증을 줄이는 완급지통 작용이다. 다리에 쥐가 나거나 복부가 꼬이는 듯한 통증에 감초가 들어간 처방이 자주 쓰이는 이유다. 넷째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독을 풀어주는 해독 작용이다. 인후염, 구내염 같은 비교적 가벼운 염증에서 감초는 강한 청열약의 자극을 완충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효능이 바로 ‘조화제약’, 즉 처방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이다.
고전 처방들을 살펴보면 감초는 주약으로 등장하기보다는 늘 곁에서 처방을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조연이 빠지면 처방은 거칠어지고, 환자는 쉽게 피로해지거나 부작용을 겪게 된다. 감초는 성질이 강한 약재들의 독성을 누그러뜨리고, 서로 상충하는 약성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감초가 없으면 약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 ‘약방에 감초’라는 표현은 바로 이런 임상적 체험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생활 속 의학 언어라 할 수 있다.
현대 의학에서도 감초는 꾸준히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감초에 함유된 글리시리진과 글리시레티닉산 성분은 항염 작용, 위 점막 보호 작용, 항바이러스 작용을 가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위염이나 만성 염증성 질환에서 감초가 주목받는 이유다. 다만 이러한 작용 때문에 감초를 장기간 고용량으로 사용할 경우 부종이나 혈압 상승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체질과 상태를 고려한 적절한 사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의학에서 약은 단순히 증상을 억누르는 도구가 아니다. 몸 전체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수단이며, 그 과정에서 강함보다 중요한 것은 조화다. 감초는 바로 그 한의학적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약재다. 눈에 띄게 강하지 않지만, 없으면 전체가 흔들리는 존재. 그래서 감초는 늘 처방 속에 조용히 자리 잡아 왔다.
‘약방에 감초’라는 말은 이제 흔한 관용어가 되었지만, 그 속에는 사람의 몸을 오래 다뤄온 의학의 지혜가 담겨 있다. 모든 처방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이유, 그리고 수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쓰이고 있는 이유. 감초는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조용히 말하고 있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함이 아니라 균형이라고.
※ 이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하며, 개별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가의 진료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글 미소드림한의원 원장 노종래 (RTCM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