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머리만 대면 아침까지 잤는데, 요즘은 새벽 두세 시면 눈이 떠집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다. 나이가 들수록 잠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아니면 치료가 필요한 병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수면의 ‘양’이 다소 줄어드는 것은 생리적인 변화다. 그러나 ‘질’까지 나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뇌와 몸을 회복시키는 적극적인 생리 작용이다. 나이가 들면 깊은 잠(서파수면)의 비율이 줄고, 수면이 얕아지며, 중간에 자주 깨는 경향이 생긴다.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 분비도 감소한다. 그래서 총 수면 시간이 1~2시간 정도 줄어들 수 있다. 젊을 때 7~8시간 자던 사람이 6시간 전후로 줄어드는 것은 흔한 일이다.
문제는 ‘적게 자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못 자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낮에 졸리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짜증이 늘어난다면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수면의 질 저하를 의심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 당뇨, 통증, 우울감, 전립선 문제 등은 수면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나이가 들수록 동반 질환이 늘기 때문에 수면이 더 쉽게 흔들린다.
한의학에서는 수면을 ‘심신의 안정’과 ‘음혈의 충만’과 연결해 본다. 나이가 들면 음혈이 점차 줄어들어 허열이 생기기 쉽고, 이로 인해 잠이 얕아지거나 새벽에 일찍 깨는 일이 많아진다고 설명한다. 특히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간기울결이 심화되어 밤에 생각이 많아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함을 느끼며 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수면 시간을 숫자로만 평가하지 말 것이다. 6시간을 자더라도 낮에 불편이 없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게 충분한 수면일 수 있다.
둘째, 일정한 기상 시간을 유지하라. 나이가 들수록 생체시계는 더 예민해진다. 늦게 자더라도 아침 기상 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리듬을 지키는 데 중요하다.
셋째, 저녁 시간의 과도한 자극을 줄이라. 늦은 시간 음주, 과식, 스마트폰 사용은 얕은 잠을 더 얕게 만든다. 특히 알코올은 잠들기는 쉽게 하지만 깊은 잠을 방해한다.
넷째, 낮 동안의 햇빛과 가벼운 운동이 필요하다. 햇빛은 멜라토닌 리듬을 조절하고, 적절한 활동은 밤의 수면 압력을 높여준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제 늙었으니 잠이 없는 게 당연하다”는 체념은 버려야 한다. 잠은 삶의 질과 직결된다. 만성적인 불면은 우울증, 치매 위험, 면역 저하와도 관련이 있다.
나이 든다는 것은 잠이 ‘완전히 사라지는 과정’이 아니라, 잠의 ‘형태가 변하는 과정’에 가깝다. 변화는 자연스럽지만, 방치는 자연스럽지 않다. 깊고 편안한 잠은 여전히 회복의 기본 조건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섬세하게 돌보아야 할 건강 자산이 바로 수면이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하며, 개별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가의 진료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글 미소드림한의원 원장 노종래 (RTCM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