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 70% 국내 기업 발주 목표
정부가 향후 10년간 군 장비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구매·정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로운 국방 산업 전략을 내놓았다.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맹국 산업 역량 명확화 요구에 대한 대응 성격이 강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합병 위협에 대한 직접적 대응 이라기 보다는 구조적 산업 재편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핵심 목표는 10년 내 연방정부 국방 계약의 70%를 캐나다 기업에 발주하는 것으로 국내에 12만 5천개 고용을 창출한다는 추산이다.
또 해군 함정 가동률 75%, 육군 차량 80%, 공군 항공기 85%까지 장비 운용 가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해군 전력의 54%, 공군의 55%, 육군 차량의 46%가 ‘운용 불가’ 상태로 분류됐다. 노후 장비와 부품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략은 국방 관련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함께 2035년까지 국방 수출을 50% 늘리고, 전국적으로 12만5천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전략에는 66억 달러가 투입된다. 이는 지난해 연방예산에 포함된 자유당 정부의 818억 달러 규모 국방 재투자 계획의 일부다.
외국 공급 의존 축소
전략의 중심에는 이른바 ‘국내 생산–협력–구매’ 조달 체계가 있다. 문서는 특히 미국을 포함한 외국 공급업체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되돌리겠다고 명시했다.
“캐나다는 국가 방위를 외주에 맡길 여유가 없다”고 전략은 강조했다.
마크 카니 총리는 지난해 봄 CBC 시사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도 “국방 자본 지출 1달러 중 75센트가 미국으로 간다. 이는 현명하지 않다” 고 밝힌 바 있다.
전략에 따르면 군사 장비의 국내 생산은 “핵심 주권 역량 분야이거나 캐나다가 이미 강점을 가진 분야” 에서 기본 선택지가 될 예정이다.
문서는 국가 안보상 자국에서 직접 생산해야 할 분야가 존재한다고 명확히 지적했다.
다만 캐나다의 전략은 영국과 달리 비교적 포괄적인 10개 산업 분야만 제시했다. 여기에는 탄약 생산, 디지털·클라우드 서비스, 센서, 우주 기반 감시 플랫폼, 훈련·시뮬레이션, 특수 차량 제조 등이 포함된다.
최상단에는 항공우주 산업이 자리했다. 이는 미국산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 지속 여부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과도 맞물릴 수 있는 대목이다. 목록의 마지막에는 공중·수중 드론이 포함됐다.
한편 영국은 지난해 가을 발표한 전략에서 핵 억지력 유지를 위해 잠수함 전력 현대화, 미사일 기술, 장갑차 국내 생산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바 있다.
카니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일부 캐나다 기업과 공식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가 필요를 충족할 세계적 선도 기업을 육성하고, 핵심 지식재산(IP)과 역량의 국내 소유·통제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단독 생산이 어려운 분야는 유럽, 영국, 인도·태평양 지역의 신뢰할 수 있는 동맹과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 무기 이전 전략’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며칠 만에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미국의 무기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미국을 최우선 무기 공급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과의 경쟁 및 수출 시장 확보에 대한 우려에 대해 선을 그어왔다. 장관들은 덴마크 및 유럽연합(EU)과 체결한 최근 국방 협력 협정을 언급하며, 이는 캐나다 기업의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웬디 길모어 전 나토(NATO) 국방투자 담당 사무차장은 이번 문서를 “좋은 출발점”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번 전략이 군사적 역량 강화보다는 산업·경제 의제를 앞세우는 측면이 있다”며 “캐나다의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국군 재건 투자를 경제 번영의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국가들은 방위 역량 자체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며 “캐나다에서는 그 메시지가 희석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