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는 내리고 / 김계옥

2026-03-05 11:24:15

어스름밤 바다
달구비는 주룩주룩
수많은 사선으로
물음표로 긴 파문을 그린다

침몰하는 저 검은 눈물
한숨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

쏟아질 듯
하얀 거품 한가득
고함치며 달려와
칠흑 같은 절벽에
온몸 패대기를 친다

잠시 낯선 고요 속
웅크린 물새 한 마리

눈 시린 하루치 무늬
기다림의 문양이
가슴에 새겨진다

밤 비는 이제 소리 없이 내리고
파도의 호흡은 고르고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