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4일 ThursdayContact Us

시민권법 개정 후 신청 급증…취득자 절반은 미국 출생자

2026-06-04 11:02:32

지난해 12월 발효된 캐나다 시민권법 개정의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캐나다 시민권 증명서를 신청하고 있다.

시민권법 개정 후 신청 급증…취득자 절반은 미국 출생자

Bill C-3 시행 효과, 해외 거주 후손들 시민권 회복

 

연방 시민권법 개정으로 해외 출생자의 시민권 취득 범위가 확대되면서 캐나다 시민권 증명서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법 시행 후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 가운데 절반가량이 미국 출생자인 것으로 나타나 북미 지역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캐나다 이민난민시민부(IRC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발효된 법안 Bill C-3에 따라 혈통에 의한 시민권 취득 규정이 확대된 이후 첫 3개월 동안 총 4,075명에게 시민권 증명서가 발급됐다. 이 가운데 약 절반이 미국 출생자였으며, 멕시코 출생자가 약 900명으로 뒤를 이었다. 영국 출생자는 약 140명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

해당 신설법은 해외에 거주하더라도 캐나다인 조상의 혈통을 증명할 수 있다면, 설령 그 조상이 몇 세대 전에 캐나다를 떠났더라도 캐나다 시민권 자격을 부여한다. Bill C-3이 통과되기 전에는 해외에서 태어나거나 입양된 자녀의 경우 ‘캐나다 시민권자인 부모의 직계 1세대’까지만 시민권 승계가 제한되었으나, 법원이 이 제한 규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법이 개정됐다.

같은 기간 동안 IRCC는 기존의 ‘직계 1세대 규정’에 부합하여 시민권 자격을 얻은 13,310명에게도 증명서를 발급했다. 이 중에는 미국 출생자 6,135명, 멕시코 출생자 945명, 영국 출생자 720명이 포함되어 있다. 종합하면 이 기간 동안 Bill C-3을 통해서는 44개국 출생자가, 기존 기준을 통해서는 118개국 출생자가 캐나다 시민권 증명서를 수령했다.

공공 기록 전문가들과 이민 변호사들은 올해 들어 캐나다 국외에서 조상의 출생 및 혼인 증명서 등 서류 추적을 요청하거나 신청 방법을 문의하는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예상 심사 대기 시간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례로 퀘벡 주정부 대변인 카트린 풀랭은 퀘벡 인적사항등록국이 지난 1월부터 캐나다 혈통 증명을 위한 서류 발급 요청을 국외로부터 3,800건 이상 접수했다고 밝혔다. 몬트리올의 리사 미들미스 이민 변호사는 업무량이 폭주하여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소속 변호사 2명을 추가로 고용했다고 말했다.

미들미스 변호사는 “법이 발효된 직후에만 반짝 관심이 높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퀘벡이나 온타리오 출생 조상을 둔 잠재적 신청자들의 연락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문의 폭주가 현재 미국의 정치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객의 절대다수가 미국인”이라며 “이들 중 일부는 미국의 상황이 자신들의 관점에서 더 악화될 경우를 대비한 ‘플랜 B(백업)’를 원하고 있으며, 상황을 매우 시급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들미스 변호사에 따르면, 자녀가 동성애자이거나 트랜스젠더여서 시민권 증명을 서두르는 고객도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징병제를 재도입해 자녀가 미군에 강제 징집될 것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시민권 증명서가 있으면 캐나다로 이주하거나 캐나다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다만 캐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평생 캐나다에 거주한 이력이 없는 경우, 시민권 증명서가 있더라도 캐나다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잠재적 대상자 11만 5,000추산”

새로운 규정에 따라 시민권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인구 규모에 대한 추정치는 다양하다. 1800년대와 1900년대에 걸쳐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십만 명의 캐나다인(특히 퀘벡 출신)이 일자리를 찾아 미국 국경을 넘어 이주했기 때문이다.

의회 예산처(PBO)는 이번 법 개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인구를 약 11만 5,000명으로 추산했다. 리나 메틀리지 디아브 이민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하원 이민위원회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수만 명 단위의 물량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급격한 폭증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디아브 장관은 이들의 재정적 영향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보았다. 대상자 중 일부는 이미 캐나다에 거주하며 일반 세수에 기여하고 있고, 해외 거주자들은 대부분의 캐나다 사회보장 프로그램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IRCC 대변인 매슈 크루포비치는 “새 규정이 혈통에 의한 시민권 접근권을 확대했으나, 단순히 먼 캐나다인 조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Bill C-3 발효 전 국외 출생자는 부모나 조상이 캐나다 시민권자였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크루포비치 대변인은 법 개정 이후 시민권 증명 신청 총량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으며, 이에 따른 추가 인력 배치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설명과 달리 적체된 미처리 신청 건수는 지난달 약 56,000건에서 최근 70,400건으로 증가했다. IRCC 웹사이트에 고지된 시민권 증명 신청 예상 소요 시간 역시 2025년 5월 기준 ‘5개월’에서 현재 제출 건 기준 ’12개월’로 대폭 늘어났다. 제출된 서류에 문제가 있거나 사진이 규격에 맞지 않으면 기간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현재 심사 대기 물량에는 혈통 승계 신청자뿐만 아니라, 캐나다 출생자 중 증명서 발급을 원하거나 분실 등의 이유로 재발급을 신청한 사례도 포함되어 있다.

미들미스 변호사는 신청 건수가 크게 늘지 않았다는 IRCC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현재 IRCC가 이러한 형태의 수요를 감당할 만한 예산과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다수 고객이 아직 심사 결과를 받지 못했으나, 캐나다 대학 입학 허가를 받았거나 신변 안전에 위협을 느끼는 일부 신청자의 경우 긴급 심사를 통해 처리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들미스 변호사는 “자신의 나라가 변해버린 모습에 대해 두려움을 표현하는 미국인들과 정기적으로 면담을 진행하는 상황 자체가 매우 기묘하다”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