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4일 ThursdayContact Us

360도 뒤집힌 요트서 기적 생환한 73세 선원

2026-06-04 12:48:22

폭풍우로 요트 ‘에이프릴 앨리스호’를 잃은 존 캠벨(73)이 새 배를 찾기 위해 빅토리아의 오크베이 마리나를 둘러보고 있다. 캠벨은 지난 5월 26일 태평양 해상에서 폭풍을 만나 요트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한 뒤 극적으로 구조됐다.

태평양 한복판서 ‘파괴구’급 폭풍우 만나 전복 사고

“갑자기 폭풍이 나를 파티에 끌어들였다” 생존 증언

 

수십 년간 세계의 바다를 누벼온 73세의 베테랑 선원이 태평양 한복판에서 요트가 완전히 뒤집히는 사고를 겪고도 극적으로 생환해 화제가 되고 있다. BC주 출신의 존 캠벨은 지난주 육지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에서 갑작스러운 강풍과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요트가 360도 회전하는 전복 사고를 당했지만, 침착한 대응 끝에 목숨을 건졌다.

캠벨은 사고 당시를 회상하며 “순식간에 폭풍이 몰아치더니 마치 나를 그 파티에 끌어들이려는 것 같았다”며 “그 순간에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몰던 세일링 요트 ‘에이프릴 앨리스호’는 거센 폭풍우 속에서 완전히 뒤집혔으나, 선체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면서 침몰을 면했다. 수십 년의 항해 경험을 가진 캠벨조차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 중 하나였다”고 털어놓았다.

캠벨 씨는 2일  “선실 입구 밖을 내다보았는데 파도가 너무 높아 하늘의 절반을 가리고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의 배는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 하지만 캠벨 씨는 미 해안경비대와 그의 구조 요청을 듣고 달려온 호화 크루즈선 ‘실버 위스퍼 호’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캠벨 씨는 지난 4월 30일 하와이 힐로를 출발해 밴쿠버 섬을 향해 항해 중이었다. 그가 탄 ‘앨리스 호’는 캐나다의 유명 선박 디자이너 로버트 해리스가 단독 항해사나 부부를 위해 설계한 대양 항해용 소형 크루즈 요트였다. 이 배는 지난 17년 동안 캠벨 씨의 든든한 여행 동반자였고, 지난 10년 동안은 그의 유일한 ‘집’ 이었다. 그는 여름이면 배를 몰고 대양으로 나갔고, 겨울에는 브렌트우드 베이의 정박지에 배를 대고 그 안에서 생활했다.

항해를 시작한 지 며칠 지나 오리건주 해안에서 약 420해리 떨어진 지점에 도달했을 때, 위성 장치를 통해 기상 정보를 모니터링하며 연락을 주고받던 그의 형제로부터 경고가 날아들었다. 알래스카에서 강력한 강풍을 동반한 한랭전선이 남하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캠벨 씨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바람은 끊임없이 거세졌고 파도는 요트 돛대 높이인 갑판 위 10m까지 치솟았다. 캠벨 씨는 돛을 하나씩 접다가 결국 모든 돛을 내렸다. 상황은 계속 악화되어 시속 약 100km에 달하는 돌풍이 몰아쳤고, 집집마다 부서지는 파도가 요트 측면을 사정없이 강타했다.

캠벨 씨는 “건물 철거용 쇠구슬로 얻어맞는 것 같았다. 측면을 사정없이 들이받았다”고 말했다. 5분에서 10분 간격으로 거대한 파도가 배를 덮쳤고, 그때마다 캠벨 씨는 선실 이쪽저쪽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하지만 그 순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집채만 한 집중 호우와 파도가 배를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배가 360도 한 바퀴를 통째로 구른 것이다. 천장으로 튕겨 나갔다가 바닥으로 떨어진 캠벨 씨는 왼쪽 다리와 어깨를 심하게 다쳤다. 정신을 잃을 뻔한 아찔한 상황에서도 그는 필사적으로 가민 위성 통신기 내부의 SOS 버튼을 눌렀다. 이 구조 신호는 밴쿠버에 있던 그의 형제에게 전달되었고, 형제의 911 신고를 거쳐 미 해안경비대로 최종 접수됐다.

해안경비대는 우선 구조 항공기를 띄워 요트 근처에 위치 추적 신호기를 투하했다. 동시에 인근 상선들의 위치를 파악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선박 자동 상호지원 구조 시스템(AMVER)’을 가동했다. 당시 타히티 파페에테를 출발해 하와이를 거쳐 태평양을 항해 중이던 실버시 크루즈 소속의 초호화 크루즈선 ‘실버 위스퍼 호’가 약 105해리 떨어진 곳에서 이 구조 요청을 수신했다. 크루즈선 선장은 즉시 항로를 변경해 수 시간 만에 요트가 있는 곳에 도달했다. 첫 번째 구조 시도는 실패했으나, 두 번째 시도에서 크루즈선 승무원이 요트로 뛰어내려 로프를 고정 장치에 묶은 뒤 캠벨 씨를 대형 크루즈선으로 무사히 이동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