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교육기관 간 갈등 우려
전문가 “매우 큰 회색지대” 형성
인공지능(AI)의 발전이 교육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시험과 평가 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학생들의 학습 방식뿐 아니라 평가 기준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가운데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의 한 학생은 오픈 북 시험에서 AI를 사용해 부정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생은 교수로부터 명확한 근거 없이 의심을 받았다며 “마치 모자 속에서 무작위로 이름이 뽑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해당 교수는 일부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했다고 의심했지만 이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AI 활용 여부를 둘러싼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학생과 교육기관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피아 (성은 교수와의 면담을 앞두고 있어 공개를 원치 않음)는 자신과 동료 학생들이 최근 교수로부터 일련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메시지에서 교수는 시험 평균 점수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고 설명하며 AI를 사용한 학생들에게 자진 신고를 요청했다. 또한 “기술이 우리의 교육 방식보다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온라인 강의 지속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며칠 뒤 소피아는 자신의 시험이 AI 사용 가능성으로 표시되었다는 또 다른 이메일을 받았다. 그녀는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시험 점수에서 20점을 감점 받으며 학적 기록에 징계를 남기거나, 교수와 학장 앞에서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소피아는 “정말 큰 스트레스였다” 며 “나는 시험에서 AI를 사용하지 않았고, 교수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 무작위로 표적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의 발전이 계속됨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방식과 평가 방식 등 교육 분야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경우 교수진은 AI의 활용 가능성을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결과 학생들이 무엇을 사용할 수 있고 없는지에 대한 “매우 큰 회색지대”가 형성되고 있다.
UBC 학생회(AMS)의 학생 서비스 수석 매니저 캐슬린 심프슨은 “한 과목에서 허용된 것이 다른 과목에서는 학업 부정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과 대학 간 분쟁을 지원하는 AMS 옹호 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학업 부정행위 사례가 급증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3월 18일까지 총 70건의 사건이 접수됐으며, 이 중 39건이 AI와 관련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5건이었으나 AI 관련 여부는 따로 집계하지 않았다.
심프슨은 “지난 9월 이후 접수된 학업 부정행위 사건의 53%가 AI와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많은 교수들이 강의계획서에 AI 사용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고 있지만, 일괄적인 금지는 현실적으로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심프슨은 인용 형식을 자동으로 정리하거나 수업 노트를 정리하고 맞춤법과 문법을 교정하는 등 학생들이 수년간 사용해 온 다양한 앱과 도구에 이미 AI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그래머리(Grammarly)의 무료 버전은 전통적인 맞춤법 검사 도구에 가깝지만, 유료 서비스는 AI 기반 글쓰기 지원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단순한 구글 검색조차도 이제는 AI를 활용해 주제에 대한 요약 정보를 제공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특정 앱이 언제 AI를 사용하는지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교수들 역시 과제별로 학생들이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만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심프슨은 말했다.
UBC에서는 일부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과제 수행 시 AI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챗지피티 사용 기록 제출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개인정보와 윤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학생들이 개인적인 이유로 챗지피티를 사용했을 경우 이를 교수와 공유하고 싶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프슨은 “학생들은 이를 제출하지 않으면 교수에게 부정행위를 의심받을까 봐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