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란 회장 출판 기념회를 다녀와서 / 최종헌

2026-06-25 10:00:22

내 인생에 만날 수 없는 분을 만났다. 나이 차이도 크고 활동 영역도 다르기 때문이다. 한 달 전 송요상 씨를 만나 점심 접대를 하려고 했는데 이분이 최 회장님의 점심 초대를 받아 합석이 되었다.
첫 만남은 화이트 스팟(White Spot)에서 이루어졌다. 보통 한인들은 한식당에서 만나는데 이 분은 캐나다 고급 식당에서 햄버거를 드시고 계셨다. 첫인상은 날카로왔다. 높은 에너지와 영성이 한 번에 느껴졌다. 내가 햄버거를 칭찬하자 왜 한식을 안 좋아하느냐고 물으셨고, 영양가가 낮아서 그런다고 하니 나를 다시 보았다. 유럽에서 오래 살다 온 분으로 글로벌 시야를 가지고 계셨다. 그리고 직접 다가오는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초대하셨다.
나는 초대받을 만한 계급도 군번도 안 된다. 1시간 정도의 만남이었지만 강한 인상과 동기를 주셨다. 이런 만남을 인카운터(encounter)라고 한다. 단순 친목 만남이 아닌 서로에게 큰 영향을 주는 만남 말이다. 일생에 몇 번 일어나지 않는다. 송요상 씨에게 진 마음의 빚이 있어 책을 선물(이상철 목사 자서전)하려고 했는데 그 책이 필요하시다면서 가져가셨다.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인데 나를 기억하고 계셨다. 그리고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으셨다. 책 제목처럼 “어머나 멋지세요”라고 마음을 담아서 칭찬하셨다. 구입한 책에 저자 자필을 요청했더니 정성스럽게 꼼꼼히 내 이름을 새기신다. 건성건성 하시는 일이 없음을 알았다. 연로하셨지만 팔목도 굵었다. 아니, 용가리 통뼈였다. 이 분은 최초 여성 한인회장을 맡으셨다. 그것도 32년 전 1994년이니 안목이 남다르다. 알고 보니 캐나다 오기 전 스웨덴에서도 한인회장을 하셨단다. 두 번째 여성 한인회장이 나오기까지 수십 년이 지나야 했다. 그리고 다시 한인회 임시회장 대행도 하 고 노인회 회장도 맡으신다. 한인 결집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각종 단체에 지속적으로 기부를 하신다. 노인회 회원을 위하여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시고 같이 여행도 다니신다. 캐나다 정부로부터 2018년 24,000의 그랜트(grant)를 받기도 한다.
출판기념회는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200여 명이 참석하여 식당 자리가 부족했다. 즉석에서 팔린 책 값 전액 4,480을 기증하셨다. 그리고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푸짐한 점심을 사셨다. 1991년 출간한 “여보세요 여기 캐나다예요”란 책을 보고 이민 온 사람의 간증이 인상적이다. 집에 돌아와서 단숨에 책을 읽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빠진 것이 아니라 그려진 풍경에 자주 멈추어 서야 했다. 그리고 깊은 사색이 나의 지평을 넓혀 줌을 느낀다.
나도 밴쿠버에 16년 살다 보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15년 전 장학의 밤에 참석한 후 이번이 두 번째 한인모임이다. 그동안 소셜워커로 현지 사회에 깊이 들어갔었다. 이제는 한인사회를 위하여 무언가를 해야 할 의무를 느낀다. 팍팍한 이민사회를 아름다운 서사로 가꾸어 가는 모델이 있어 용기를 다시 내 본다. 나의 작은 마음도 모여 찬란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

글 최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