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사회 영향력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법적 의무 부과
정부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외국 영향력 등록제(Foreign Influence Transparency Registry)’가 4일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번 제도는 외국세력의 집단이나 개인이 캐나다 정계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등록 업무 총괄은 신설된 독립 기관을 이끄는 안통 보그만 외국 영향력 투명성 담당 위원장이 맡는다. 위원회는 위반 사항에 대해 최대 100만 달러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보그만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외국 영향력 활동에 대한 공공 등록부 설립은 투명성과 책임성, 그리고 대중의 신뢰를 강화한다”며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대중에게 국정 결정에 미치는 외세의 영향력을 명확히 알리고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보그만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이미RCMP, 캐나다보안정보국(CSIS) 등 국가안보 기관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가안보 기관들이 은밀하거나 악의적인 해외 공작 및 국가 간 압력을 담당하는 반면, 자신의 사무소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외세 영향력 활동의 ‘투명성 확보’ 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이번 법안은 중국 등의 선거 개입 및 캐나다 사회 내 해외 공작 정황을 밝혀낸 언론 보도 이후, 정부와 사법 당국의 대응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4년 입법화되었다.
등록 대상과 조건은?
등록 의무는 ‘외국 주체’ 자체가 아닌, 이들과 계약이나 합의를 맺은 캐나다 내 개인이나 단체에 부여된다. 여기서 외국 주체 란 외국 정부, 국가 기관, 외국의 경제 단체, 또는 이들을 대리하는 개인이 포함된다.
다음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될 경우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1.외국 주체와의 합의(계약) 존재 2.캐나다의 정치 또는 정부 프로세스(선거, 법안 제정, 정부 계약 등)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 3.영향력 행사 활동(공무원 및 정치인 접촉, 정치·정부 관련 정보의 대중적 유포, 자금 및 서비스 제공 등) 포함한다.
단, 공식 임무를 수행하는 외국 외교관이나 정부 대표 등은 등록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외국 주체와의 인터뷰를 출판하거나 송출하는 등 대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활동은 투명성 확보를 위해 등록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원주민 자치 정부 관련 사항은 아직 해당 조항이 발효되지 않아 당장 적용되지 않는다.
보그만 위원장은 “외국 영향력 행사 자체는 국제관계의 자연스러운 일부”라며, “법령의 목적은 불법적이고 은밀하며 강압적인 공작을 쏙아내고, 합법적인 활동을 투명한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고 절차 및 위반 시 처벌
8월 4일부터 외국 주체와 합의를 맺은 경우 14일 이내에 등록해야 한다. 8월 4일 이전에 이미 시작된 관계라면 오는 10월 3일까지 등록을 마쳐야 한다.
기한 내 미등록, 허위 정보 제출, 조사 방해 등의 위반 행위가 적발될 경우 최소 250달러에서 최대 100만 달러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위반자의 이름과 위반 내용, 과태료 액수 등은 대중에 상세히 공개된다.
보그만 위원장은 “수위를 넘어선 은밀한 해외 간섭 공작의 경우 형법상 범죄로 다뤄지며, 즉시 RCMP로 이관되어 형사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등록제 도입의 배경
캐나다는 주요 우방국들에 비해 외국의 대리인이나 영향력을 관리하는 공개 등록 시스템 도입이 늦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마리조제 오그 판사가 이끈 독립 조사 위원회는 2025년 최종 보고서를 통해 “해외 세력의 공작이 캐나다 민주주의에 ‘존재론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며 의원과 공직자들이 접촉하는 인물의 배후 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등록제 도입을 권고했다.
마크 카니 총리 정부가 중국, 인도가 관련된 외세 간섭 우려 속에서 국제 관계를 모색하는 가운데, 시민단체와 연구진 역시 해외 거주 동포 집단을 향한 이른바 ‘초국가적 억압’을 줄이기 위해 조속한 제도 안착을 촉구해 왔다.
보그만 위원장은 “이 제도는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필수적인 도구이자, 우방국들과의 격차를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