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쉬는 자리
이봉란
(사) 한국문협 벤쿠버지부
학교가 멈추는 순간,
빛은 가장 낮은 곳에
내려앉아 쉰다.
지워진 칠판의 검은
심연에서
다음 질문의 그림자가 먼저
도착하고 ,
책상들은 숲의 기억을 흘리며
빛이 눕는 자리를 만든다.
방학은 쉼이 아니라
빛이 자기의 본질을 다시
묻는시간.
잊음은 이해가 더 깊은
층으로 이동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부드러운 어둠이고,
교사는 그 어둠 속에서
아직 이름 없는 빛을 손질한다
그래서 8월은
가장 고요하지만 가장
난해한 빛이 머무는 계절.
모든 존재는 멈춘 척하며
더 멀리 비출 힘을
마음속에서 조용히
길러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