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 지방선거 일주일 뒤 주총선
“지역 현안 묻히고 유권자 혼란·표심 분산” 우려
데이비드 이비 BC주수상이 조기총선을 전격 발표한 뒤, BC 전역의 지방정부 정치인들 사이에서 우려와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미 지방선거 운동이 시작된 상황에서 주총선까지 겹치면서 지역 현안이 묻히고 유권자들의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BC 지방선거는 10월 17일, 주총선은 불과 일주일 뒤인 10월 24일 치러진다. 선거관리위원회BC에 따르면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이미 9월 19일 시작됐다.
조기총선 가능성이 제기될 때부터 지방정부는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당시 BC지방자치단체연합(UBCM) 회장이었던 코리 램지는 지방선거가 BC 전역 188개 지역사회에서 3,500명 이상의 후보가 참여하는 대규모 선거라며, 주총선이 겹치면 지방선거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램지는 특히 지방선거와 주총선의 선거 주기가 애초 서로 겹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택과 개발, 도로, 치안, 재산세 등 주민 생활과 직접 연결된 지역 현안들이 주정부 선거 이슈에 가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UBCM에서는 조기총선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주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주총선을 미뤄달라는 긴급 결의안이 거의 만장일치로 채택되기도 했다.
프린스 조지 시의 코리 램지 시의원은 22일 당일 BC주 각지의 지방 정치인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이 좌절과 우려의 메시지로 뜨겁게 달아올랐다고 전했다. 그녀에 따르면 당시 대화방의 반응은 “지금 이게 진짜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을 수 없다”, “토할 것 같다”는 식의 격한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지난주까지 UBCM 회장을 맡아 컨퍼런스를 주관했던 램지 시의원은 소문이 파다했던 터라 이번 총선 발표가 아주 뜻밖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자신과 다른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는 여전히 “큰 충격” 이다고 털어놓았다.
“지역 사회가 중대한 현안들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오롯이 지역 이슈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선거기간을 누릴 자격이 있다. 하지만 주 총선의 소음이 언론과 유권자의 관심을 훔쳐 가면서 선거가 겹치게 되었고, 이는 결국 유권자 투표율을 떨어뜨릴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밴쿠버에서도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켄 심 시장과 ABC 밴쿠버는 지방선거와 주총선이 겹치면 주택·공공안전·중독 및 정신건강 등 밴쿠버의 핵심 현안에 대한 논의가 주정부 선거에 밀릴 수 있다며 선거 시기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기총선 여러 난제 안겨
BC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불과 사흘 만에 발표된 이번 조기총선은 그동안 지역 정치가나 후보들이 접해보지 못한 여러 난제들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주 UBCM 현장에서도 정치인과 선거 캠페인 관계자, 언론 사이에서 이 문제가 단연 최대 화두였다.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지방선거 후보들이 갑작스럽게 출마 경로를 틀어 주총선에 나설지 여부였다. BC주 내 160개 지방정부의 시장, 시의원, 교육위원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9월 11일까지 서류 접수를 마쳐야 했으며, 이후 9월 18일까지 후보 사퇴가 가능했다. 실제로 지난주 주 전역에서 일부 후보들이 출마를 철회하기도 했다.
앤모어의 장기 집권 시장이자 메트로 밴쿠버 부의장인 존 맥이원은 후보 등록을 마쳤다가 지난주 전격 사퇴했다. 맥이원 시장은 지역 주민들의 강한 권유로 서류를 냈으나 4선 도전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중, 9월 11일 마감 이후에도 충분한 수의 시의원 후보가 출마한 것을 보고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 총선 가능성이 자신의 지방선거 사퇴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면서도, “하지만 그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맥이원 시장은 “주도로 진출하는 것이 개인적인 야망은 아니었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 아니겠나”라며,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정당의 제안이 있다면 주총선 출마를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어느 정당이 맞을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NDP 소속 전 주의원이었던 헨리 야오 역시 리치먼드 시장 출마 서류를 제출했다가 지난주 사퇴했다. 야오는 언론의 취재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사퇴 시한을 넘긴 지방선거 후보들은 오는 10월 17일 투표용지에 그대로 이름이 올라간다. 하지만 이들 역시 원한다면 주총선에 출마하는 데 법적인 걸림돌은 없다.
선거관리위원회 대변인은 22일 “주총선과 지방선거는 서로 다른 법률에 의해 규제되는 별개의 선거”라며 “ 따라서 한 인물이 두 선거 모두에 출마하는 것을 막는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목할 점은 주의원이 지방정부 공직을 겸직할 수는 없다는 원칙이다. 만약 두 선거에서 모두 당선될 경우, 주총선 이후 주의원으로 최종 승인되는 즉시 지방정부 의석은 상실된다”고 명확히 했다.
한편, 밴쿠버 등 대도시에서 활동하는 지방 정당들과 주 정당들 사이에 소속 당원이 겹치는 경우는 많지만, 법적으로 지방 정당과 주 정당 간의 공조는 엄격히 제한된다. 이는 심지어 정당명을 공유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밴쿠버 녹색당의 닉 포펠 사무총장은 대중의 오해와 달리 BC 녹색당과 밴쿠버 녹색당은 “엄연히 독립된 별개의 조직”이라며 공동 기금 모금 등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버나비 정치의 주축인 버나비시민연합(BCA)의 경우, 당원 가입 조건으로 BC NDP 당원 자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거 자원이나 비용을 공유할 수는 없다. BCA 소속으로 올해 3선 시의원에 도전하는 조 키슬리는 “엄격한 분리 원칙이 적용되어 두 선거를 혼용할 수 없다. 한 유세원이 나와서 두 개의 서로 다른 선거를 위해 동시에 가구 방문을 하는 것조차 금지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