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5 00:07:00
글쓴이 | 강애나 폭음 속에서 태극기 펄럭이며 동족상잔에 가슴과 가슴 맞대던 총칼은 찔레꽃이 되었어라 목청 높여 전진하던 용사들의 펄펄 뛰던 발자취는 앙상한 뼈대로 아직도 바람 되어 전진하려나 이날이 오면 문득 군화도 벗지 않고 늙은 어미 품으로 달려들 것 같은 아들아 어느 들에 흩뿌려진 붉은 향기 되었을까 얼룩진 풀밭 속엔 목에 걸던 이름들만 꼭꼭 숨어서 원망스런 임진강만 유유히 바라보고 있을 넋들이여 막혀버린 철길, 38선고지 가슴에 박은 찔레꽃 가시만...
2019-06-21 00:06:00
어제 레인보우 레이크 산행을 마치고 아래 위슬러 시내로 내려오니 옆지기한테서 메세지와 못 받은 전화 몇 통이 와 있었다. 작은 오빠가 돌아가셨다는… 그래서 한국에 가야한다는… 몇년 전에 심장에 스텐스를 넣는 수술을 했는데 혼자 살다보니 관리가 잘 안됐었나보다. 아들도 전부인도 연락이 안돼니 한국의 경찰서에서 옆지기한테 전화를 했는데 받지 못했단다. 장례 절차때문에 가족이라곤 하나 남은 옆지기에게 전화를 한거였다. 이제 성수기라 항공편이 비싼데 왜 이럴때...
2019-06-14 00:06:00
해오름한국문화학교 교장 박은숙 ‘이크, 에크’ 기합소리가 온 마당에 퍼진다. 강함과 유연함이 그림자처럼 원을 중심으로 정과 동이 교차한다.김영훈사범과 함께하는 올해 해오름 가족의 택견시간,자그마한 키에 어우러진 엷은 미소가 흰 택견복을타고하회탈처럼 웃고 있다.낯설지만 가깝고 여리지만 강인한 한국인의 기개가, 품성이 김영훈사범에게서 느껴진다. 그 동안 한국문화의 기운을 덧입은 탓인지 이미 청소년기의 아이들과 부모들은 낯설지 않게 한 동작,한 동작 웃음과 구슬땀으로 동작에...
2019-06-14 00:06:00
조금은 답답한 의사당 관광 후 보상이라도 하듯 다음 행선지는 시원한 바닷가. 산 후안 옆 동네인 캐롤리나 시에 있는 작은 해변은 사실 인적이 드문 조용하고 평화로운 바닷가였지만 그래서 더욱 코발트빛 카리브의 정취가 짙게 베어나듯 했다. 상체는 가늘고 하체가 우람한 팜트리 군락은 관광객들을 환영하듯 도열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지상천국을 느낀다.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은 세상 걱정 없어 보일 듯 하다. 그러나 ‘지상’천국도 ‘세상’걱정을 피할 수 없는 가 보다. ‘훗날, 파도가...
2019-06-07 00:06:00
새벽 4시. 뜬 눈으로 새운 카리브 해의 밤.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산 후안 관광 생각하며 가슴 설렜기 때문은 아니다. 항상 청춘 인양 생각하려던 나의 마음가짐도 ‘노년기의 신체 변화’앞에는 맥을 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침대에 등 붙이면 통나무가 되어 일고여덟 시간을 ‘잠자는 숲 속의 아저씨’였던 시절.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모자라 노인들의 새벽기상이 부러웠다. 다섯 시에만 일어나도 출근 전까지 세시간 정도는 글 쓰거나 책보거나 하고 싶은 공부 할 터인데—...
2019-05-31 00:05:00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나는 겨울이면 늘 어깨를 웅크리고 다녔다. 어머니는 내가 키가 크지 않은 이유가 그 때문이라며 자주 나무라셨다. 그게 마음에 걸렸던지 어느 날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골덴 바지를 한 벌 사오셨다. 바지에 대한 촉감은 허벅지까지 먼저 알아차린다. 병아리 털에 닿은 듯 부드럽고 포근하면서 약간 간지럽기도 했다. 그런데 길이가 길고 품이 컸다. 내 허리춤을 잡아보며 어머니도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년에는 딱 맞을 거라며 말끝을 흐리셨다. 바지 밑단을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