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7 00:06:00
새벽 4시. 뜬 눈으로 새운 카리브 해의 밤.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산 후안 관광 생각하며 가슴 설렜기 때문은 아니다. 항상 청춘 인양 생각하려던 나의 마음가짐도 ‘노년기의 신체 변화’앞에는 맥을 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침대에 등 붙이면 통나무가 되어 일고여덟 시간을 ‘잠자는 숲 속의 아저씨’였던 시절.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모자라 노인들의 새벽기상이 부러웠다. 다섯 시에만 일어나도 출근 전까지 세시간 정도는 글 쓰거나 책보거나 하고 싶은 공부 할 터인데—...
2019-05-31 00:05:00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나는 겨울이면 늘 어깨를 웅크리고 다녔다. 어머니는 내가 키가 크지 않은 이유가 그 때문이라며 자주 나무라셨다. 그게 마음에 걸렸던지 어느 날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골덴 바지를 한 벌 사오셨다. 바지에 대한 촉감은 허벅지까지 먼저 알아차린다. 병아리 털에 닿은 듯 부드럽고 포근하면서 약간 간지럽기도 했다. 그런데 길이가 길고 품이 컸다. 내 허리춤을 잡아보며 어머니도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년에는 딱 맞을 거라며 말끝을 흐리셨다. 바지 밑단을 두...
2019-05-24 00:05:00
‘’어버이의 날’에 남들이 부모님의 가슴에 카네이션 꽃을 달아드리는 것을 보고, `그까짓 꽃 하나 달아드리는 것이 무슨 의미냐?’고 생각하곤 했다. 열일곱 살에 아버지를 여위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온 나는 남들이 일년마다 의례적으로 꽃을 달아드리는 행위를 남사스럽게 여겨 내 손으로 카네이션 꽃을 달아드리지 못했다. 아들과 딸들을 시켜 할머니에게 꽃을 달아드리도록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버이의 날이 다가오면, 이제 카네이션 하나 달아드릴...
2019-05-17 00:05:00
열심히 일하고 마시는 한잔의 맥주가 스트레스 해소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서먹하던 관계에서 맥주 한잔을 마시고 함께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지 모른다. 하지만 맥주 맛이 싹 달아날 소식이 있다. 요즘 한국의 소설미디어를 통해서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수입 맥주 즉 한국에서 제조된 맥주가 아닌 맥주의 성분조사에서 몬산토의 라운드업(제초제)성분이 검출되어서 한바탕 떠들썩하다. 조사 대상 맥주 및 와인 95%에 포함되는 라운드업의 유효성분 물의를 일으키는 제초제는...
2019-05-17 00:05:00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숫자와 싸워 온 30년 은행원 경력이 밴쿠버에서 어디 가지 못했다. 해서 10여년 이상을 밴쿠버에서도 세무회계업무에 종사하는 한편, 각 사회 및 예술 단체 등에서도 재무이사(Treasurer)로 봉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최근 40대 초반의 이민 1년차 부부를 만났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IMF 졸업학번이었다. 취직이 되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겨우 중소기업체에 직장을 잡았는데, 경제는 점점...
2019-05-10 00:05:00
그 뿐 만이 아니라 꽃받을 만들 때 울 넘어로 “할일도 오살나게 없구먼” 이라며 빈정거리던 아낙들도 보이지 않았다. 권씨 할매는 아들이 모셔 갔고 그 연배의 할매들도 보이지 않는다. 마을에 들어올 때 제법 많아보이던 마을 사람들이 절반도 안되게 꺽인 셈 이다. 도치는 후들후들 떨리는 것을 어쩔수 없었다. 모든 장례행사가 자기 손으로 이루어 졌으면서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을 지키겠다는 몸부림이 모든 것을 져 버리고 무관심하게 살았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오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