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詩) 한편도 외어 읊지 못하는 것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 눈동자 입술은/내 가슴에 있네.//바람이 불고/비가 올 때도/나는/저 유리창 밖 가로등/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그 벤치 위에/나뭇잎은 떨어지고/나뭇잎은 흙이 되고/나뭇잎에 덮여서/우리들 /사랑이/사라진다 해도//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 눈동자 입술은/내 가슴에 있네.//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박인환 시 ’세월이 가면’ 전문) 화장실 대형 거울 앞에서 나는 내 사랑하는...

삼겹살과 양뱃살

지난해 한국에 처음으로 다녀온 딸에게 한국에 가서 음식으로 느낀 점이 뭐냐고 하니까 치즈를 정말 많이 먹는다는 거였다. 치즈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왜 그곳에까지 치즈를 넣어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음식도 많았다고 한다. 피자에도 치즈 듬뿍 얻어서 쭉쭉 늘어나는 것을 좋아하고 치즈까스는 물론이고 치즈스파게티 , 치즈등갈비,  고구마치즈돈까스,  치즈떡볶이, 치즈닭갈비,  치즈불고기,  치즈볶음밥 등 그 종류가 끝이 없더란다. 치즈가 안 들어간 음식을...

세계 너머를 상상하다

겨울이면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눈부신 설원이 강렬한 이미지로 마음에 남은 영화도 있고, 겨울의 추위를 배경 삼아 펼쳐지는 사랑이 더 애절해서 잊을 수 없는 영화도 있다. 모두 겨울의 하얀 이미지와 함께 어우러져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슬며시 마음 한편에 자리 잡는다. 따듯한 추억이 되어 추위를 녹이고 지나간 날의 그리움을 불러온다. 그런데 몇 년 전 이 영화가 나오고 나서는 다른 영화를 제치고 겨울이면 가장 먼저 이 영화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바로...

인연의 여운 그리고 향기

첫 번째 에피소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돈 버는 일?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가색의 마음을…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속의 이 글귀가 마흔이 넘은 지금, 공감이 되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싶다. 한 해에도 수...

그레이스의 신년계획 2019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종이돈들 중에서 가장 액면가가 큰 돈의 사진이다. 2019년 새해에는 이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의 지갑이 종이돈으로 두둑해지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매년 새해가 되면 거창한 계획들을 세워 종이에 적어두는데, 연말이 되어 읽어보면 계획대로 실천한 건 몇가지 안된다. 2018년도 예외는 아니어서 2019년부터는 실천가능한 계획들만 세우기로 했는데, 내 신년계획들은 다음과 같다. 1. 남편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기 그동안 사랑하는 마음은 늘 갖고...

남편은 외계인

3주 전부터 남편이 살림을 맡았다. 나는 윌체어에 앉아 말(言)로, 남편은 행동대장으로 살림살이 대장정에 들어갔다. ‘오른쪽? 아니, 아니, 왼쪽에 …’  뭐든 한 번에 찾아 내는 건 무리다. 포스트잇에 번호를 써서 좌악 붙여 놓았다. 주방의 그릇장, 서랍장, 정리장, 이쪽 저쪽 냉장고 그리고 소소한 함까지 … 한결 수월하다. 말을 날리기보다 손짓, 눈짓으로 통할 때도 있고 짧게 말하거나 명료하게 풀어 놓으며 남편과 조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