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 장수 대비 지수 60점
장기요양 준비도 40점에 그쳐
BC주 주민들의 기대수명은 늘고 있지만, 장기요양과 노후 주거 문제에 대한 준비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수 시대를 대비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의료와 주거, 돌봄에 대한 계획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에이지랩이 발표한 새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캐나다인은 가능한 한 살던 집에서 노후를 보내기를 원하지만 90대 이후 일상생활에 필요한 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MIT 에이지랩의 설립자이자 소장인 조지프 코플린 박사는 쓰레기를 버리거나 전구를 교체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작업도 고령이 되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단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계단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욕실을 어떻게 개조해야 할지까지 생각하고 있는가? 그리고 실제로 그런 조치를 하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MIT 연구진은 장수 대비 지수(Longevity Preparedness Index·LPI)를 개발해 고령화에 대한 준비 수준을 측정했다. 이 지수는 지역사회 환경, 사회적 관계, 재정, 일상생활, 생애 전환, 건강, 주거, 돌봄 등 장수와 관련된 8개 항목을 평가한다.
각 항목은 100점 만점으로 산정됐다. 연구 결과 캐나다인의 장수 대비 지수는 60점으로, 연구진은 전반적인 준비 수준이 ‘보통 수준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재정 준비도는 66점, 지역사회에서 서비스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은 75점으로 비교적 높았다. 반면 장기요양 준비도는 40점, 안전하고 접근성이 좋은 주거 환경 준비도는 53점에 머물렀다.
재정 준비도는 BC주와 퀘벡주에서 가장 높았고, 프레리 지역에서 가장 낮았다. BC주의 장기요양 준비도는 전국 평균과 같은 40점이었다. 건강과 주거 준비도 역시 각각 56점과 58점으로 비교적 낮았다.
반면 지역사회 환경 항목에서는 BC주가 77점을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매뉴라이프의 후원으로 진행됐으며, 화요일 밴쿠버에서 열린 보험사의 첫 장수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코플린 박사는 이번 연구의 목적이 사람들이 100세 또는 그 이상까지 살아가는 시대에 가족들이 무엇을 논의하고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연구는 장수에 대한 계획 수립이 아니라 장수 대비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획은 장을 볼 때 작성하는 목록과 같다. 좋은 의도가 있다는 뜻일 뿐이다. 하지만 식품을 실제로 장바구니에 담고, 조리대에 올려놓고, 접시에 담아 먹기 전까지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유했다.
연구진은 각 항목에 대해 응답자들이 관련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실제 행동에 나서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코플린 박사는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재정뿐 아니라 건강과 주거, 돌봄, 사회적 관계, 지역사회 환경 등이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과 같은 사회적 환경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이 이렇게 오래 사는 시대는 없었다”며 “장수는 아직 비교적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대부분은 나이가 들면서 노후를 스스로 임시방편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UBC가 2021년 발표한 연구에서도 메트로밴쿠버 주민의 기대수명은 거주하는 지역과 도시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스트밴쿠버와 포인트그레이, 리치먼드 북서부, 사우스써리 일부 부유한 지역 주민들은 밴쿠버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나 메이플리지의 헤이니 등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지역 주민들보다 오래 사는 경향을 보였다.
코플린 박사도 도시 지역이나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더 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MIT 연구진은 캐나다인들에게 장수와 관련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도 물었다. 응답자 다수는 의료서비스와 재정을 꼽았다. 그러나 건강 항목은 장수 대비 지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과 장기적인 건강을 위해 실제로 행동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에 따르면 향후 돌봄 필요와 간병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캐나다인은 11%에 불과했다. 하지만 노년기 삶의 질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그 두 배가 넘는 26%였다.
코플린 박사는 캐나다인들이 돌봄 준비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실제 필요성이 커질 때까지 관련 논의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어나서 65세 정도까지는 부모와 교사, 코치가 삶의 상당 부분을 체계적으로 이끌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65세가 되면 남는 이야기는 크루즈 여행과 목발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그 이야기가 짧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골프를 치거나 손주들과 디즈니랜드에 다녀오는 정도라고 여기는 것이다.”
코플린 박사는 많은 사람이 배우자나 자녀, 특히 맏딸이 노후 돌봄과 관련된 세부 사항을 챙겨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특히 X세대 여성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제로 이런 대화를 나눈 사람은 25%도 되지 않는다”며 “그러다 어느 날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맏딸에게 찾아가 ‘깜짝 놀랐지? 이제 내가 왔어’라고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X세대는 자녀와 부모 사이에 끼어 있는 ‘샌드위치 세대’라고 흔히 부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파니니 샌드위치에 더 가깝다. 자녀와 직장, 자신의 건강까지 챙겨야 하니 압박을 받으며 짓눌리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캐나다 통계청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BC주의 평균 기대수명은 82세다. 그러나 코플린 박사는 건강한 생활습관과 탄탄한 지역사회 관계, 의학의 발전 등에 힘입어 90대 이후까지 사는 주민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뉴라이프는 사람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오래 살고 있지만, 길어진 수명에 따르는 현실적인 문제를 얼마나 잘 준비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었다며 MIT와 함께 이 지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과 은퇴연금 관련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매뉴라이프는 장수 시대의 노후 준비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