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0세 어린이가 80달러짜리 주름 방지 크림을 얼굴에 바르는 모습을 실제로 보았거나, ‘겟레디위드미(Get Ready With Me)’ 틱 톡 영상에서 본 적이 있다면, 이미 ‘세포라 키즈’라는 스킨케어 트렌드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트렌드는 소셜미디어에서 본 콘텐츠의 영향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안티 에이징 제품에 열광하는 현상이다.
‘세포라키즈’ 스킨케어 트렌드,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 안티 에이징 제품 열광
이번 달 소아과 전문학술지 페디아트릭스Pediatrics 지에 실린 동종 최초의 연구에 따르면 틱 톡에서 홍보되는 스킨케어 솔루션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거의 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해로울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위험은 피부 손상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논문은 “우리는 이 소녀들에게 매우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건강을 추구하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사회가 되었지만, 그 건강이라는 이상도 아름다움, 마름, 그리고 백인 중심의 이상과 깊이 얽혀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7세에서 18세 사이의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올린 고유한 영상 100개를 분석했다. 이 영상들은 평균 11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대부분의 스킨케어 루틴은 평균 6가지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총 비용은 약 230달러에 달했다. 일부 영상에서는 12가지 이상의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지난해 12월, 퀘벡 화학자협회는 성인용으로 만들어지고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끈 일부 스킨케어 제품들이 어린이에게는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이유는 활성 성분이 어린 피부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토론토 대학교 피부과 강사 줄리아 캐롤 박사는 이번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피부는 일반적으로 더 민감하기 때문에 알파하이드록시산(AHA)이나 레티노이드 같은 성분은 자극, 건조, 각질 탈락, 피부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이러한 성분은 아이들의 피부를 민감하게 만들고, 특정성분에 평생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캐롤 박사는 이 트렌드가 아이들이 10단계 루틴이 필요 하다고 믿게 만든다며 “사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순한 클렌저, 보습제, 자외선 차단제 정도면 충분하다.”
알파세대가 시장 견인
2024년, 캐나다인들은 뷰티 및 개인용품에 거의 90억 달러(미 달러 기준)를 소비했다. 캐나다통계청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가계의 개인위생 관련 지출은 크게 늘었고, 2023년에는 2021년보다 30% 증가했다.
한편, 닐슨Nielsen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알파세대(2010년~2024년 출생)가 스킨케어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마케팅 정보업체 민텔Mintel의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에 익숙한 이 세대는 2029년까지 소비력이 5조5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 알파세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이들은 19세가 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알파세대는 뷰티 인플루언서와 그들의 루틴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는다. “하지만 성인 중심의 스킨케어에 너무 빨리 몰입하다 보면, 건강보다 외모에 중점을 두게 되는 루틴이 형성된다. 이는 뷰티 산업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라고 민텔은 지적했다.
현재 틱 톡에는 ‘겟레디위드미’ 해시태그 영상이 1,830만 개 이상 업로드 되어 있으며, 알파세대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의 스킨케어 루틴과 쇼핑 ‘하울’ 영상을 수백만 명의 시청자와 공유하고 있다.
페트아티릭스에 실린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이들 제품은 특히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마케팅 되고 있으며, 부모와 소아과 의사들이 아이들이 실제로 어떤 콘텐츠를 보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연구진은 우려를 표했다.
캐롤 박사는 “우리는 8살, 9살 아이들이 틱 톡에서 배운 안티에이징 성분을 사용하는 걸 보고 있다. 이는 그 나이대에 적절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미의 기준을 아이들에게 심어준다. 아이들은 대부분 이미 완벽에 가까운 피부를 가지고 있는데, 너무 이른 시기에 제품에 노출되는 건 해로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