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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함께 걸어 가는 거예요)

2018-06-07 00:00:00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는 그의 감사함의 깊이에 달려있다’는 존 밀러의 명언이 문득 떠오르는 오늘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함과 선한 웃음을 보는 매일매일이 얼마나 감사한 선물인지를 또 한번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엄마들의 시선과 감정은 자녀들에게 올인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내가 나의 자녀들에게 온전히 마음이 다가서 있듯 말이다. 그렇기에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어린 유학생들의 부모님들은 밤잠을 설치는 일이 다반사일 것임을 어미로서 이해가 되는 바이다.

유학이라는 길고 먼 여정을 선택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눈에 뛰어나 보이는 아이들이 더 넓고 깊은 경험을 하기 위해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한국 교육에 적응이 힘들어 새 출발과 발전을 위한 선택도 있을 것이다. 내가 접한 유학 생활의 경우는 대부분 후자의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예를 들면, 부모와의 갈등, 학습의 뒤쳐짐, 학교 생활이나 교우 간의 문제등이 원인이 되어 유학을 온 경우가 많았다.

최근, 자녀의 홈스테이나 학교 문제로 대화를 갖게 된 몇 분의 어머님들 경우도 이러하였다. 제3자의 입장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내 생각은, 아이들의 힘든 유학 생활이 어느 쪽의 일방적인 실수나 잘못이 있다고 느껴지는 일은 드물었다. 현지에서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부모님 역시 이런 저런 일들의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하는 일 또한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캐네디언 홈스테이에서 2년정도의 생활을 해 온 학생이 불만을 토로하고, 영양 결핍에 쓰러질 수도 있는 일은 사실 흔한 일은 아니다. 문제가 있었다면 생활이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은 시간에 일은 발생하기 마련이고, 모든 보금자리가 만족되어지긴 쉽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홈스테이 부모님들이 함께 하는 아이들에게 나쁘게 대하는 경우도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문제의 이야기가 나온다면 자녀와 깊은 대화가 필요하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냉정함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어쩜 이러한 나의 생각을 불쾌하게 여길 부모님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춘기의 아이들이 자유를 지향하고 많은 일들에 불만이 생기는 것은 본능이기에 우리 어른들의 방향 잡아주기는 객관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홈스테이에서 갈등이 있어 새로운 보금자리를 옮기는 경우에는 교육청의 변경에 따라 이주해야 하는 합법적인 이유가 아니면 우리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어찌되었든 우리 가정과 비슷한 일을 하는 많은 분들의 사이에서 양심적으로 어긋나는 사례를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미성년자의 유학생들에게 가디언이라는 제도를 선택하게 한다. 가디언은 현지 법적 보호자의 역할이기에 돈으로 페이퍼 거래를 하는 단순함이라고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곳에는 정말 좋은 역할의 가디언 분들이나 홈스테이 부모님들이 많이 있다. 비록, 한국의 부모님들이 우리들을 하숙 집처럼 간단히 여긴다면 사실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우리네의 역할이 단순한 입지가 아닌 것은 현실이다. 먹거리와 쉴 수 있는 장소만 제공하는 역할이 아닌, 밥은 잘 먹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학교 생활에서 문제는 없는지의 일반적인 상황을 살피는 부분에서부터 불안함에 아직도 손톱을 물어뜯는지, 이성에 대한 고민거리나 관심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지, 건강 상태와 심리 상태까지… 등등 많은 부분들에 관심을 갖는 것이 우리들의 입장인 것이다. 사실,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이 지금 우리만큼 대화를 나눌 시간과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았었는지도 한번쯤 묻고 싶다. 그럼에도 우리 홈스테이 엄마아빠나 가디언들은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할 수가 없다. 이러한 입장을 소심하게 글로 표현하는 나 또한, 억울함내지 속상함의 입장에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전제는 잘 하려고 애쓰는 우리들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배려와 이해를 부탁하는 뜻이다. 교육청과 홈스테이를 옮기는 이 학생의 경우 만족되는 가정을 만나 소통을 잘 이루어가는 유학생활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여 본다. 그리고, 그 때에는 어린 나이가 아닌 그 학생도 좀 더 성숙한 표현과 소통의 중개인 역할을 잘 하기를 바라여 본다.

또 다른 가정의 아이는 엄마와의 관계가 문제인 듯 보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홀로 유학생활을 하는반면, 한 쪽 부모님이라도 함께 하는 아이들은 사실 불만이 없어야 하는게 현실이어야 하지만, 이 경우는 우리네의 생각을 벗어나는 경우였다. 자신의 학년보다 훨씬 어려운 사교육 공부를 하며 아직은 이 좋은 환경을 맘껏 즐겨도 좋을 듯한 아이는 그럴만한 여유는 없는 듯 보인다. 대학 진학은 아직도 4-5년 앞 둔 시점에서 12학년의 우리 아이들보다도 바쁜 학습의 연장은 고스란히 어머니께 불만으로 돌아가는 것을 나는 알아차릴 수 있지만 어머님은 모르시는 듯 느껴졌다. 참으로 어려운 게 자녀 문제이다. 상담자라고 마주앉아 정확한 답변을 해 드리고 싶지만 어머니가 바라는 건 들어주는 내 귀였고, 끄덕여 주는 내 행동이였기에 거기까지가 내 몫인 것이다. 이 경우 이런저런 내 의견을 제시하면 월권이 되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유학을 보내어보면,
많은 한국인 도우미들이 있다. 학교를 연계해 주는 유학원 직원부터 교육청마다 상주해 있는 카운셀러들과 많은 가디언들, 교회나 학원 관계자 등등, 이 모든이들과의 인연은 함부로 지나 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기본적인 예의가 밑바탕이 되어야 성공하는 유학생활의 조력자 역할을 주고받는 것이다. 넓은 밴쿠버 땅에서 무심코 던졌던 우리들의 말과 행동들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다시 내게로 들려오는 일들은 비일비재 하였다. 그 만큼 우리 행동에 대해 가볍게 여기며 생활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도 어린 나이이지만, 이러한 점을 배우며 성숙함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다. 그들의 마음과 행동이 우리 어른들의 모습인 것은 자연의 순리인 게 아닐까 싶다.

부모님과 자녀, 그들과 함께 가는 조력자인 우리들은 누군가에는 어미로서, 때로는 교육자나 카운셀러임을 기억하며 부끄럽지 않은 우리네가 되길 원하여 본다. 더불어, 부모님들께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누군가에게 갑이 아닌, 함께 걸어가는 동행자임을 기억하기를 부탁드려 보는 바이다.

PS: 입시를 앞 둔 아이들은 학원의 교육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과 이외에 챙겨야 하는 또 다른 활동들은 짧지 않은 시간들로 아이들을 시험대에 오르게 한다. 우리 가정의 세 아이가 이번 한국 입시를 위해 달려왔다. 그 결실은 올 하반기에 알 수 있겠지만, 그들의 시간과 경험들이 얼마나 값진 시간이었는지 곁에서 지켜본 인생 선배로서…후회없는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는 격려를 하고 싶다. 너희가 달려온 그 시간들이 남과 다르기에 얻을 수 있는 감사의 크기도 다를 것이라는 게 나의 응원임을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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