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한 마리아

 

유튜브에서 가요가 흘러 나온다.

‘어둑어둑 해질무렵 집으로 가는 길에
빌딩사이 지는 노을 가슴을 짠하게 하네
광화문 사거리서 봉천동 까지 전철 두번 갈아 타고
지친하루 눈을 감고 귀는 반뜨고 졸면서 집에 간다.
아버지란 그 이름은 그 이름은 남자의 인생’

인생살이라는 보따리를 풀어놓자면 단연코 여자의 일생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쉬운 일이다. 하지만 남자의 삶에서 볼 수 있는 난감하고 억울하고 어디에서도 전을 볼 수 없는 안타까움도 만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어떤 규정 지워지고 틀 지워진 남자라는 관념으로 인하여 족쇄가 채워져 있는 일들이 더러 있다.

틀 이라는 것은 남자는 강해야 하며 울지도 말아야 하고 왠만한 일이 있어도 참고 견디고 가능하면 넓은 아량으로 상대에게 너그럽게 대해주어야 한다는 선입견에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억울하고 답답함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을지….

그런 가운데 나의 삶을 대입해 본다면 적어도 난 남편의 실수나 남자답지 못한 행동보다는 나자신이 장점을 더 많이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합리화 시키고 주장하는 일이 미워하고 비판하는 일이었지만 결국 나에게 돌아온 부메랑의 화살은 부끄러움 뿐이었으며 내가 한일은 과연 남편에게 어떻게 비춰졌을까 하는 의문이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또 나와 다른 삶의 패턴이 있다면 남편은 내가 남편의 단점을 말하는 만큼 나의 단점을 말하지 않고 살고 있다. 단점이 적어서 그러지는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그동안의 삶에서 ‘힘들다’ 혹은 ‘괴롭다’ , ‘ 화가 난다’ 는 등의 일들은 ‘내가’ 잘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 달라는 무언의 바램이었고 또 다른 일은 ‘내가’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해 달라는 싸인을 보내온 것이었으며 때로는 불쌍하게 보여서 위로 받고 싶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최고로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남자가 애기도 아니고 어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하고 살아왔으며 그런 상황속에서 남자도 그럴 수 있다는데 대해 수긍하고 이해해준 날은 과연 몇 번이나 되었을까?

이 모든 남자들에게서 관계 안의 이름을 부친다면 이들은 남자이고 아들이며 또 남편이자 아버지이기도한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이 사람들도 때로는 불쌍한 처지가되어 누군가로부터 위로 받고 싶고 기대고비빌 언덕을 찾을 때가 있다.이런 일들이 채워지지 않을 때 불안과 두려움은 수시로이들을 흔들어 대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한 생각이 머리를 휘감는듯 하다 !

무슨 일 때문이었을까?

40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의 그 불안과 두려움과 억울하여 화를 내는 그 모든 일들이 그다지 실감나게 전해오지 않은 채 살아왔다는 일이다. 그럴땐 그러지 않아 보이는 어떤 다른 사람과 비교나 하고 왜 저렇게 못난 모습으로 살아야만 할까? 하는 생각이 앞설 때가 많았고 피하고 싶고그런 행동을 바꾸어 주고 싶어 충고나 비판 아니면 옳은 소리 바른 소리도 모자라무시하거나 피해버리기 일쑤였다.

거기다 남편의 못마땅한 부족한 어떤 부분을 볼때면 오늘 그러하니 내일도 모레도 그럴거라는 터무니 없는 예견의 발상은 어디에서 나왔던 것인지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으며 그 암울했던 시간을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채 어떻게 넘겼을까 하는 마음이들기도 한다.

남자도 울고 싶을 때가 있고 무섭고 불안할 때가 어찌 없겠는가?

이민 와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일중에서 우리 스스로 비즈니스를 차려서 해 보려고 했을 때, 하루는 현장에 가보게 되었고 극적인 일을 보게 되었다. 남편이 망치를 들고 울고 있는 것을 보게 된 일이다. 그 광경을 보고 차마 아는 척을 못하고 돌아서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최저 임금을 받고 일하게 된 곳이 한시간을 더 드라이브를 하여 출근한 곳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들었으면 그 길을 눈물의 Fraser Highway라는 이름을 붙혔다고 한다. 그 때에는 일자리를 잃을까, 그만한 기술에 대한 제대로 된 보수를 받지 못할까 하는 불안감은 얼마나 컸으며 가슴 조여 했을까? 그렇다고 어느 누구에게라도 가슴을 열고 이야기할 상대가 있었던가? 오늘까지 지나온 시간들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남자가 궁지에 몰릴 때는 ‘장에 가면 장사꾼에게 몰리고 집에 오면 계집한테 몰린다’ 는 말이 있다. 어디에도 마음 부칠 곳 없는 사정임에도 꿋꿋하고 씩씩하게 그리고 상대를 너그럽게 포용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그렇게 교육도 받고 스스로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노력도 하고 있지만 참엄청난 주문을 걸어 놓고 살아가고 있었다. 삶이 이런 쪽으로 힘이 실리기 시작하면 강박증세로 치달을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불평이 많아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불안하고 초조해지기도 한다.

남편은 요즘도 불안해 하고 직장에서의 어려운 사정에 힘들어 할 때가 있다. 그럴땐 , 젊은 시절에 도저히 들어주고 봐주지 못했던 일들을 아무 말이라도 할 수 있도록 시간과 분위기를 만들어 줄 때가 있다. 그리고는 무슨말이라도 꺼내어 놓으면 말을 잘 하는 남편이 고맙게 느껴진다. 옛날에 무관심하고 때로는 쏘아부쳤던 그런 시간에서의 상채기에 새살이 돋아났으면 하는 바램으로….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당신이 고생하여 벌어온 그 돈으로 우리 식구 모두가 잘 먹고 살았다고….

당신은 큰 사람이고 능력 있는 남편이었고 훌륭한 아빠 였습니다.
그리고 올해로 51년간 한직종에 몸담아 온 끈질긴 근성을 가진 남자라고…
세상의 모든 남자분들이시여 !
지금까지 살아온 그 길에서 조금만 더 힘을 실어 보시어요 !
남자로 태어남을 행운임을 말할 수 있도록 !내가 가진 힘은 내가 만들어 갑니다 !
홍대에서 버스 타고 쌍문동까지 서른 아홉 정거장
운 좋으면 앉아가고 아니면 서고 지쳐서 집에 간다~~
남편이란 그 이름은 ~~그 이름은 남자의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