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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유학생 출신 유학맘의 슬기로운 유학생활

2022-02-03 21:07:08

학생수가 1,280여명 가량의 규모가 큰 학교다 보니 일렉티브 코스 종류가 많아요. 원래는 학교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이 다양한데, 현재는 코비드 때문에 많이 축소가 되었어요.

칼슨 그레이엄 세컨더리 학부모 김현숙씨

(Carson Graham Secondary School) 

 

조지아 해협에서 포트무디까지 이어진 피요르드, 버라드 인렛(Burrard Inlet) 북쪽에 위치한 노스 밴쿠버(North Vancouver)는 서쪽으로 캐필라노 강, 동쪽으로 인디언 암(Indian Arm), 북쪽으로 코스트 산맥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지역이다.

노스 밴쿠버는 ‘시티 오브 노스 밴쿠버(City of North Vancouver)’와 ‘디스트릭트 오브 노스 밴쿠버(District of North Vancouver)로 나뉘는데, ‘시티’는 노스 밴쿠버 도심 지역, ‘디스트릭트’는 나머지 전체 지역을 아우른다. 2016년 인구조사 기준 ‘시티’의 인구는 52,898명, ‘디스트릭트’는 85,395명이고, 2011년 조사에 의하면 영어가 모국어인 비율은 75%, 이란어 8%, 필리핀어 3.5%, 중국어 2.8%, 한국어 2.8%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인은 50%가량 늘었고, 이란계 23%, 필리핀계 45%로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중국계는 10%가량 줄고 있다. 2016년 인구 조사 기준, ‘시티’의 가구수는 24,645, 가구당 중위 평균 소득은 67,119불이고, ‘디스트릭트’의 가구수는 31,115, 가구당 중위 평균 소득은 103,981불로 소득 수준이 높은 편이다.

한인 학부모 사이에서 교육환경이 좋은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히는 노스 밴쿠버에는 25개의 엘리멘터리(K~7학년)와 6개의 세컨더리(8~12학년)가 있다. 노스 밴쿠버의 칼슨 그레이엄 세컨더리 학부모 김현숙씨는 90년대 후반에 밴쿠버에서 유학생활을 했었다. 밴쿠버 유학생이었던 김현숙씨는 자녀의 유학생활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Q. 밴쿠버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유학생 출신으로서, 다시 밴쿠버행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90년대 말에 뉴웨스터민스터 지역에서 세컨더리를 다녔어요. 밴쿠버에 처음 왔을 때 언어때문에 고생했는데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어요. 학생이 배움에 대한 의지만 보이면 성심을 다해서 이끌어 주었죠. 90년대의 한국 학교는 많이 경직된 분위기였어요. 선생님에게 쓸데없는 걸 질문하면 안됐어요. 밴쿠버에 오니까, 카운슬러 선생님이 ‘부모님께 차마 말 못할 이야기를 털어 놓아도 돼. 내가 직접 아니더라도 해결해줄 수 있는 다른 선생님을 소개해 줄게. 그러니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방문해’라고 격려해 주셨어요. 학생들의 멘탈 헬스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을 알았죠. 시험점수보다는 학생의 노력을 존중해주는 문화도 좋았어요. 한국의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수학 문제집을 풀수록 나는 바보인가 싶었거든요. 밴쿠버에 와서 수학이 재미있어졌어요. 시험 문제는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설명한 범위 안에서 출제되었고,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풀이과정에서 드러나면 답이 틀려도 점수를 받을 수 있었죠. 자녀를 한국의 학교에 보내면서, 제 나름대로 소신 있다고 생각 했는데 어느새 한국의 입시경쟁에 휩쓸리고 있었어요. 우리 아이들은 액티비티를 즐기는 활동적인 성격이거든요. 밴쿠버에서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아이들이 삶의 방향을 스스로 찾아갈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죠. 그래서 유학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Q. 노스 밴쿠버 지역과 칼슨 그레이엄 세컨더리를 선택한 이유

A. 노스 밴쿠버가 깨끗하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갖춘 중산층 거주 지역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칼슨 그레이엄 출신 친구가 적극 추천하기도 했어요. 다만, 노스 밴쿠버에 정착하고 보니 예전보다 이란인이 많네요. 90년대 후반에는 밴쿠버에 일본, 대만 유학생들이 복작거렸어요. 한국 유학생도 지금보다 많았고요. 그때보다 일본, 대만 유학생이 줄어든 것 같아요. 칼슨 그레이엄도 이란계와 필리핀계가 많고, 일본은 물론, 중국, 한국 학생도 드물어요.

 

Q. 칼슨 그레이엄 세컨더리는 어떤 학교?

A. 1965년에 개교한 칼슨 그레이엄 세컨더리는 스쿨랭킹(www.compareschoolrankings.org)에 따르면 총 252개 학교 중 98위로 학업수준이 중상위권이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ESl 비율은 3.5%입니다. 2012년에 캠퍼스를 리모델링을 하여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지요.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대학입학 프로그램인 IB 학위 과정(8~10학년은 The IB Middle Years Programme, 11학년~12학년은 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 Programme)이 제공되고, 축구, 럭비, 필드하키, 로잉, 배구, 배드민턴, 농구, 레슬링, 미식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 팀과 스쿨 밴드를 비롯한 여러 클럽이 운영되고 있어 세컨더리 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학생에게 좋은 학교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도 ‘칼슨 그레이엄’ 하면, ‘거기, 운동 잘하는 학교?’라고 할 정도로 스포츠가 유명했어요.

 

Q. 학교생활

A. 학생수가 1,280여명 가량의 규모가 큰 학교다 보니 일렉티브 코스 종류가 많아요. 원래는 학교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이 다양한데, 현재는 코비드 때문에 많이 축소가 되었어요. 올해는 코비드로 인하여 1학기, 2학기로 수업이 진행되고,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하게 지도하고 있습니다.

 

Q. 자신의 유학시절과 자녀의 학교생활을 비교해보면?

A. 노스 밴쿠버에 이란계가 많다고 언급 했는데요, 칼슨 그레이엄 ELL 교실에도 이란계가 많아요. 출신 국가, 민족이 다양하게 구성되면 좋겠는데, 특정 언어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몰려 있어 아쉽네요. 저는 예전에 ELL 수업을 안 들었어요. 한국에서 독해와 작문 준비를 했더니 레귤러 영어 수업을 신청할 수 있었죠. 함께 유학생활을 했던 친구들의 ELL 수업을 지켜봤을 때 굉장히 체계적이라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뉴웨스터민스터 지역만 그랬을까요? 당시 ELL은 5단계의 레벨 시스템이었는데 각 단계를 이수하려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한 기준이 있었어요. 다음 단계로 올라 가려면 테스트를 봐야했기 때문에 ELL 선생님이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지도하셨죠. 칼슨 그레이엄에 재학중인 우리 아이들 ELL 수업은 레벨에 대한 경계가 모호한 것 같아요. 주위의 다른 노스 밴쿠버 학교 학부모들에게 물어보니까, 전반적으로 ELL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네요. 80년대에 노스 밴쿠버로 이민을 왔던 한 엄마는, 자신이 학교 다닐 때보다 요즘 ELL 수업이 느슨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참고만 해 주세요.

 

Q. 마지막으로 밴쿠버에 유학중이거나 유학을 준비중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

A. 저는 10학년부터 다녔기 때문에, 좀 더 이른 시기에 유학을 오는 학생들의 상황은 잘 몰라요. 제 경우를 말씀드리면, 혼자 유학을 왔기 때문에 한국의 가족들도 보고 싶고, 혼자 지내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영어가 가장 힘들었어요. 개인 차가 있겠지만, 학생은 성적이 잘 나오면 자신감도 생기고 학교생활도 잘 적응하게 마련이죠. 저는 중학교때부터 유학을 준비하면서 독해와 영작을 집중적으로 했어요. 덕분에 레귤러 영어 수업을 들었는데, 영어가 결코 유창하지 않았죠. 영어 과목은 단순한 영어 회화와 다르니까요. 예를 들어, 한국의 문학이나 고전 같은 과목이 영어에도 있거든요. 셰익스피어 작품 수업에는 현대 영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나 문장 구조가 나와요. 사전에서도 찾을 수 없어요. 영어가 한국인 학생들에게는 가장 큰 장벽입니다. 제가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자녀 유학을 준비하면서는 아이들에게 한국어 책을 많이 읽게 했어요. 모국어로 된 책도 언어 감각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니까요.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책을 즐겨 읽었는데, 막상 밴쿠버에 와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언어에 대한 부담이 생겼어요. 언어 레벨이 낮아지니까 한국어로 된 책도 멀리 하더라고요. 결국 책을 읽으면서 문맥 이해하고, 생각을 정확하게 글로 표현할 때 세컨더리 졸업도 가능하고 대학 진학 후에도 학업을 이어갈 수 있죠. 요즘 저는 아이들을 일주일에 한 번, 영어 독서 프로그램 학원에 보내고 있어요. 유학을 준비하고 있거나, 유학 중인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꾸준히 책 읽는 습관입니다. 한국어로 된 책, 영어로 된 책 모두 좋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태도가 좋고 성실하니까 자신감을 가져도 됩니다. 여러분의 유학생활을 응원합니다.

 

김세라 기자
사진 김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