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 페루 커피
처음 커피 로스팅 회사를 시작해서 제품 라인을 구성을 할 때 가장 적은 소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아예 배제를 했던 종류가 있다. 바로 디카페인 라인이다. 고객들의 문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냥 일부라고만 생각 하고 계속해서 디카페인 제품을 취급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 보다 문의가 더 많아지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나의 예상 분석이 빗나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카페인에 민감하신 분들이나 이른 저녁에 나이가 드신 분들만 간혹 가다 찾지 않겠나 생각 했지만 오히려 임신중이시거나 아직 어린 아이들을 두신 분들도 많이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디카페인 하면 나도 그렇지만 보통 사람들의 인식이 카페인이 없고 맛도 없는 커피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디카페인 생두를 고를 때 그래도 좀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좀 했었다.
여기서 잠깐 설명하자면 디카페인 커피는 생두형태일 때 특수 공정을 통해서 카페인을 제거한 후 자시 건조를 해서 만들어진다. 한마디로 로스팅 과정에서 특별한 공정을 하는게 아니라 생두 자체가 이미 카페인이 없게 생산이 되어져서 로스터들한테 들어오는 것이다.
보통 디카페인 생두는 카페인을 제거해야 하는 공정이 추가가 되기에 일반 다른 생두 보다 가격이 비싸다. 그러다 보니 로스터들은 수요가 그렇게까지 많지 않은, 그렇지 않아도 비싼 디카페인 커피를, 그 중에서도 더 비싼 고급종을 살 필요성을 못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보통 생두 수입 업체들이 여러가지 원산지가 섞인, 디카페인 공정을 한 제품을 그나마 조금 싼 가격으로 제품 리스트에 올려 놓는다. 나는 그래도 좀 맛있는 디카페인을 공급해 보고 싶은 욕심에 싱글오리진 (한 산지에서만 가지고 온 제품) 디카페인 제품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첫 나라가 바로 페루이다. 제품을 받은 업체들의 반응도 좋았고 소비자분들도 좋아해 주셔서 조금은 비싸지만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페루이다.
페루 커피의 역사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후반, 18세기로부터 시작이 된다. 스페인은 커피농사에 적합한 페루의 기후를 활용해 커피농장을 하나하나 설립하였고, 이로 인해 페루는 커피 생산국가로서의 역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소규모 농장이었기 때문에 생산량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간 페루커피는 농장의 재배방법을 향상시키며 품질경영에 대한 노력을 한 결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숨은 진주가 되었고 또한 커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페루의 다양한 지형은 지역별로 커피의 독특한 향기와 맛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다. 그럼 지역별 커피의 특성을 간단히 알아보자.
1) 카하마르카 (Cajamarca) – 카하마르카 지역은 고산 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산 기후와 풍부한 자연 자원이 어우러져 부드러운 맛과 미묘한 산미로 유명하다.
2) 산 마르틴 (San Martin) – 페루 북부, 안데스 산맥의 일부이며, 이 지역에서 생산된 커피는 과일향과 맛의 밸런스가 예술적이라 할 수 있다.
3) 푸노 (Puno) – 푸노 지역은 고산지대에 호수와 함께 있어, 습도와 바람이 어우러져 독특한 아로마와 풍미를 지닌 커피가 생산되고 있다.
4) 코스코 (Cusco) – 안데스 중심부에 위치한 지역이며 풍부한 일조량과 기름진 토양으로 인하여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과일과 초콜릿의 풍미가 어우러진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다.
5) 산티아고 데 추코 (Santiago de Chuco) – 안데스 산맥의 남쪽에 위치한 고산지대의 기후와 커피농사의 최적화된 토양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의 커피에서는 향기로운 아로마와 부드러운 산미를 맛볼 수 있다.
페루커피는 안데스 산맥의 푸른 대자연 속에서 자라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과장을 조금 하자면 그야말로 안데스 산맥의 기운을 품은 커피가 아닐까 싶다. 또한 페루의 커피 농사법은 가능한 자연 그대로 유기농 재배를 하는 것이 기본이며, 화학비료를 멀리하고 친환경 농법을 고집하며 후세에 물려줄 커피농장을 잘 관리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농업 방식의 지속화와 자연보호 실천의 노력은 정말 커피 재배의 진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페루 싱글오리진 디카페인을 접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