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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과 선택

2018-01-12 00:00:00

짧지만 소중한 겨울 방학이 끝났다. 아이들은 제 각기 자신의 위치로 돌아와 각자의 역할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우리들이 이 곳의 생활을 처음 시작하였던 그 때는 모두 출발선이 같았던 게 모두의 위치였다. 8년이 지나 뒤돌아보니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세월은 빠르게 흘렀고, 출발이 같았던 그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오늘은 우리 가정 두 아이의 선택에 대해 경험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보려 한다.
 
동갑내기 두 소녀가 있었다. 취미도 비슷하고 언니들과는 공유할 수 없는 공통 분모를 가진 소녀들은 어른인 우리가 보기에 걱정스러울 정도로 하나가 되어 갔다. 머리가 굉장히 스마트 하였던 한 아이는 한국에서의 학업 성취도 또한 상위권이었다. 또, 다른 한 소녀는 공부를 좋아하거나 욕심이 있지는 않았다. 다만 둘의 다른 점은 앞의 아이는 영어의 배경이 없었고, 다른 아이는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학업 성취도와는 상관없이 이 곳은 영어를 조금이라도 알고 시작하였다는 것이 두 아이의 입지를 바꾸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세컨더리가 되어 매 학년마다 평가 되어지는 성적은 점점 아이들을 보이지 않는 경쟁 관계로 두는 요인이 되었고, 이런 상황이 되다보니 공부가 싫었던 아이는 어느 순간 욕심이 생겼고 당당함의 모습으로 자기의 길을 가고 있는 듯 보였다. 이 곳 생활의 안정을 찾을수록 소심한 성격과 부모에게 까칠한 모습도 사라졌기에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긴 세월을 함께 살아왔으니 잘 되어야 하는 건 우리가 바라는 가장 큰 보람으로 돌아온다. 이 모습을 보는 마음이 흐뭇하면서도… 의기소침해 있을 다른 아이를 지켜 보는 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이가 놓칠 것 같은 순간들을 보호자인 나와 제임스는 더 안아주고 달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이 되었기에 마음이 더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늘 말버릇처럼 하던 아이들에게 던진 말 ‘함께 왔으니 함께 가자’라는 목표는 변할 수 없었기에 한 명 한 명을 챙기는 것은 우리만의 몫인 것이다.
함께 웃고 울며 지낸 세월은 여섯 명의 아이가 모두 대학생이 되며 웃을 수 있는 일상이
될 것 같은 기대로 2016년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이런 설레임도 잠시… 아이들은 쉽지 않은 대학생활에 흔들렸고 생각과 정보를 함께 하는 두 소녀는 인생을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미래를 걱정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이기에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바라보는 것도 교육이라 생각이 든다.
 
유학생을 둔 부모님들의 걱정은 현실적으로 고등학교의 졸업과 어느 대학교를 입학하는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다. 사실상, 우리 가정의 부모님들께서도 어느정도 알려 진 대학교를 선택하셨고, 나 또한 부모이다 보니 자녀의 평가는 이름 있는 대학교의 합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런 평가를 외면하기는 더욱 쉽지 않음도 이해가 되었다. 이 절차를 다 겪고 나면, 대부분의 부모님께서는 안도를 갖게 되고 아이들은 자유를 얻게 된다. 나를 절제 하는 완전한 독립이 아닌, 간섭으로부터의 자유인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오랫동안 경험한 나로서는 생각이 조금은 다르다.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되는 시기는 초등학교 1학년때 어떤 환경을 경험하는지와 대학교 첫 생활 방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아이들이 대학생이 된 후, 부모님들의 걱정이나 관심은 줄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곤두서 있을 수 밖에 없었고, 그 이유는 자유를 알게 된 아이들이 밖의 생활에 재미를 알게 되고 이성의 만남을 눈치보지 않을 수 있는 입장이 되었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흠집이라도 날까 항상 긴장이 되었었다. 이렇게 요동쳤던 대학 신입 시절은 예상치 않은 일에서 당황케도 하였다. 요즘은, 많은 유학생들이 한국으로 리턴을 한다. 우리 집 두 아이와 친하였던 친구의 한국행 권유는 자리를 잘 잡아가던 한 아이의 마음을 움직였고, 대학 2학년을 올라가는 시점에 부모 곁으로 돌아가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아쉬운 점은 이 일이 진행되는 서너 달 동안 8년을 함께 한 우리는 몰랐다는 것에 섭섭한 것도 솔찍한 마음이다.
그래도 결정 된 이상, 정해진 목표에 충실한 것이 삶에 임하는 자세라 생각이 들기에 우리 모두는 응원 하였다.
지난 여름은, 수 차례 서류를 만들기 위해 뛰어다니게 되고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우리 아이들과 어른들은 뜻 깊게 도왔던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단짝이었던 친구를 잃은 남아있는 또 한 명의 아이는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보고 싶은 마음 반과 속상한 마음의 혼란함으로 괴롭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쯤해서 이 아이에게도 전환의 계기는 필요하였다. 우선, 졸업을 생각해야 했고 진로를 고민해야 했다. 현실적으로 4년제의 대학 공부를 기간안에 마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어른의 노련함은 이런 것을 판단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제안한 것은 컬리지로의 전환이었다. 자존심이 강하였던 아이가 몇 주간의 고민 끝에 여름학기부터는 새로운 컬리지로 옮겨 공부를 시작하였고 전 대학교에서 이수 된 학점은 모두 인정 받아 올 2018년 8월이면 컬리지를 졸업하게 된다. 학년의 뒤처짐도 없었고 학점은 높게 받고 있기에 다녔던 4년제 대학으로 다시 트랜스퍼를 할 수 있게 되는 아이는 9월이면 3학년이 된다. 더군다나 영주권을 얻기 위한 준비도 컬리지 졸업으로 기회를 얻게 되니…공부에 대한 부담도 거주에 대한 부담도 줄게 된 것이 우리 아이 선택의 대답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마 자매처럼 친한 친구가 여전히 함께 였다면 자존심 때문이라도 선택하지 않았을 결정이었다. 이렇게 한 사람의 결정은 상대방을 편한 길로 가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하였다.
 
며칠 전, 한국으로 간 우리 아이의 소식은…오랜 시간 기다린 지금….. 아무것도 정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소식으로 들려오니 가슴이 먹먹하다. 갈 수 있는 곳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이제라도 원래의 시작점에서 방향을 잡는 것이 빠른 길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이와 부모는 새로운 길을 선택하려 하는 것 같다.
우리네와 어긋난 것 같은 느낌은 연결 고리가 돈에서 시작되는 관계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대가를 받고 아이를 돌보지만, 항상 함께 지내기에 객관적일 수 없는 ‘정’이라는 놈에게 매일 지는 싸움을 하는 것 이고, 부모의 입장에선 비용을 치루었기에 당당함이 큰 것이니 때때로는 안 볼 것처럼 차가워지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이해가 되는 상황임에도 나는 마음이 아프다. 사람 돌봄이 표가 안 난다고는 하지만 내 자존심처럼 키운 아이가 기 죽어 있을 생각에 속이 상하다. 그리고, 해 줄 수 있는게 없다는 건 더 신경이 쓰인다. 이 아이가 또래 친구의 말에만 귀 기울이지 않았더라면, 또는 부모가 대화를 청하였더라면 모든 걸 처음부터 시작해야만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라는 오지랖 넓은 생각을 하여 본다.
 
오늘 저녁엔 우리 집 아이들에게 대화를 청했다.
누구나 매순간 선택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럴 때마다 각자의 잣대를 가슴 속에서 꺼내어 보라고 한다.
나만의 잣대가 있어야 실수하지 않고 후회 하지 않는 것을 잊어 선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며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내 곁에 누구를 두느냐 인 것이다. 나의 갈림길에서 옳은 길을 선택하는 현명함을 돕는 것 또한 그들이 주는 영향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나도 우리 아이들도 이별의 준비를 못 한 채 놓쳐버린 우리의 가족이 그립다. 한번쯤이라도 미리 귀 뜸이라고 했다면…그의 부모님이 결정하기에 앞서 의논이라도 해 주었다면…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별이었다.
 
함께 지냈지만, 자립을 하여도 그 인연은 계속 연장 되는게 사람 관계인 것이다. 그러하기에 때가 되면 찾아오고 외로우면 위로 받으러 오는 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 랭리 집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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