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 올때 읽으면 잠 오는 커피 이야기 47

지금 보다는 약간 더 어렸을 때 나도 모카 포트에 빠진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엔 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에스프레소 샷을 추출하는데 모카 포트만큼 저렴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파는 비알레띠 (Bialetti)라는 (어느 코큰 수염난 아저씨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는 로고를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브랜드의 모카 포트를 처음으로 샀었는데 처음이라 커피 굵기 라든가 관리방법을 잘 몰라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한번은 포카포트의 재질에 대한 이해도가 없어서 무작정 식기세척기에 넣었다가 색이 어둡게 변하고 세제때문인지 만지면 표면에서 알류미늄가루가 묻어 나와 당황했던 적도 있었다.
오늘은 지난회에 이어서 모카포트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모카포트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앞서 언급했듯 추출 결과물이 가격대에 비해 가성비가 압도적으로 좋은 편이다. 핸드드립 기구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가격으로 에스프레소에 준하는 농도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다.
비알레띠 모카익스프레스와 브리카 모델로 2컵 기준으로 한 기구는 약 CAD 30 ~ 60불 정도면 구입 가능하며, 더군다나 에스프레소의 특성상 다양한 베리에이션 커피를 만들 수 있고 물을 조금 더 넣어서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도 있다. 즉 카페에서 보던 메뉴들 상당수를 집에서도 추출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홈카페에서 쓰이는 핸드드립이나 프렌치프레스 혹은 콜드브루에 비하면 확실히 시도할 수 있는 메뉴의 수가 많다. 만약 홈카페로 커피를 추출하여 평균 이상의 맛과 향을 즐기려면 당연히 모카포트를 추천한다. 추출을 위한 준비시간도 짧고, 사용 후 세척도 용이하며 휴대성도 좋다. 드립의 경우 준비해야 할 기구 및 필터 등 이 많은 편이지만 모커포트는 조금 더 간단한 편이다.
이런 포카 포트도 물론 단점들이 있다. 단순히 열을 가해서 압력을 올리는 원리이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가능한 압력은 2.3Bar 정도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약 9Bar 정도와 비교하면 압력이 현저히 낮은 편이긴 하다. 이러한 낮은 압력으로 인해 에스프레소 머신과 같은 진한 농도의 풍부한 크레마는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추출 압력이 높지 않아 농도가 약한편이라서, 약배전 중배전된 원두 사용은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모카포트는 고전적인 장비로서 일부 마니아들만 사용하고 있고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캡슐커피와 같이 새롭고 더 간편한 것을 더 선호한다.
모카포트용 원두 분쇄도는 약 0.5~0.6mm 정도가 좋은데, 시중에서 파는 분쇄된 원두는 대부분 에스프레소용(약 0.3~0.5mm) 혹은 드립커피용(약0.8~1.0mm) 두가지 정도로 판매하기 때문에 모카포트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소형 그라인더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 간혹 모카포트용 분쇄되 원두는 라바짜 혹은 작은 카페에서 팔기도 하지만 매우 드물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알루미늄 모카포트의 경우 처음 구입한후 식초 몇방울로 세척하여 사용하면 되고, 세척시 식기세척기에 넣거나 수세미등을 사용하면 안 된다. 깨끗이 닦으려면 중성세제로 부드러운 스펀지를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이탈리아인들은 모카포트에 커피자국이 남아있는 오래된 포트에 추출하면 오히려 맛이 좋다고 생각한다.
모카포트는 보통 2인용, 4인용이 있는데 본인이 원하는 커피 농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커피와 물의 양을 기호에 맞게 항상 같은 양을 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모카포트는 고전적인 장비이긴 하지만 지금 시대의 기준에도 충분히 휴대성, 가성비, 편리함이 높다고 생각된다. 가끔은 가장 고전적인 것이 가장 효율적일 때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화에서는 에어로프레소에 대해 같이 알아 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