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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홈스테이 엄마 아빠입니다

2018-05-24 00:00:00

(어느 일상 첫번 째 )
이 아이들의 가슴속에 무슨 꽃이 피고
어떤 나무가 자라는지 나는 알지 못 한다.
그래도 나는 이 아이들이 좋다.

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어떤 바람이 불고
어떤 구름이 지나가고 있는지 나는 보지 못 하였다.
그러나 나는 안아주고 싶다. 작고 죄 없는 이 아이들

이 여윈 아이들의 깊은 곳에 어떤 하나님이 계시고
어떤 기도가 흘러나왔는지 나는 듣지 못 하였다.
그래도 나는 바란다.
눈동자가 까만 이 아이들의 기도가 이루어지길…

서귀포 모래밭 순비기꽃보다 더 순한 빛깔이 그들에게서 나오고
천년을 사는 사오댄 나무보다 더 오래가는 생명이
그들에게서 시작되므로

오늘따라 가슴을 자꾸 두드리던 도종환님의 <아이들을 위한 시>는 우리들이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들을 보듬어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느낄 수 있는 추억의 글이다.

2주 전 우리 가정에는 5학년의 어린 친구 한 명이 새 식구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이 곳에서 처음 시작하였던 시기가 5,6학년때였으니 얼마나 어린 나이인지 알 수 있었다.
지인의 소개로 인연을 맺게 된 우리들은 어쩜,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어린 아이의 동행이 설레임이라는 처음 기억을 갖게 하였다. 통학 거리가 짧지 않은 이 아이가 머무는 교육청과의 인연이 다시 시작 된 것은, 내 아들의 모교이자 같은 선생님의 학급이라는 점도 한 몫을 하였다.
잊혀질까 두려울 만큼 아름다운 이 곳과 선생님과의 추억은 우리 가정에게는 언제나 자랑거리이다. 또 한번 이렇게 맺어 진 인연은 아이의 복이라기 보다는 우리 가족의 복인 것이다.

아이는 중국인 홈스테이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았고, 4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조금은 무료한 생활을 한 듯해 보였다. 어머니께서 눈물로 아이를 부탁한 것을 보며 조기 유학의 현실이 누구를 위한 것 인지 다시 한번 생각 해 보게 되는 계기였다.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들 중 이 곳 생활을 잘 알지 못 하신다면, 아이들의 투정 섞인 목소리 하나에도 마음이 아프고 불안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실… 현실은, 이 곳의 홈스테이 아빠나 엄마도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것이 일상이며 더군다나 자녀가 있다면, 바쁜 일정으로 한 아이에게만 주목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들도 생계와 발전을 이어 가야할 인간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 가정의 아이들이 크게 외롭지 않은 것은 우리 부부의 하는 일 전부는 아이들이 주인이 되고, 이 일을 선택한 이유도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아이들과의 생활은 책임감의 무게가 일순위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늘 절차가 그러하듯, 아이의 성향을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떤 부분을 힘들어 하는지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를 알아 차려야 하는 것은 부모님이 부재인 상황에서는 학습보다 중요하다. 2주간의 생활에서 알 수 있었던 점은, 여럿이 함께 하는 문화를 어렵게 여기는 점과 옆에 사람을 봐 주는 여유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싫고 좋음의 의사 표현은 분명하였고, 싫은 것을 용인 하는 것은 아직 익숙하지 않았기에 다듬고 보듬어야 하는 인성은 계속 챙겨야 하는 우리 어른들의 몫인 것 같다. 아마도 부모님의 경제 활동과 오랜 기간 외동으로 자란 환경이 주었던 자연스러움이 아니었을까 짐작 하여 본다
다른 한편으로는, 학습에 대한 플랜도 놓칠 수 없는 과정이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시작 된 영어 학습은 점검의 과정이 없어서인지 체계가 잡힌 습득은 부족해 보였다. 유학 생활과 동시에 하지 않아도 되는 듯 보였던 학원 교육은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빠질 수 없는 활동이다. 언제까지의 유학 생활이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곳 학년의 단계까지 잡아주어야 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문화 활동은 일상 생활의 한 부분이고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지루할 일은 예전보다 줄어들 것이다. 밴쿠버에서 가장 착한 형과 누나들과의 만남도 이 아이의 복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자랑도 살짝 던져 본다.
홀로 자란 기간이 긴 아이들의 공통점은 대체적으로 순진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겉으로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사람의 정을 늘 그리워 한다는 것이고, 내 안에 한 사람을 믿고 간직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일단, 믿음이 형성 되면 쉽게 뿌리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장점으로 보여지는 때가 많은 이들이 외동이거나 형제와 터울이 많은 아이들의 공통점으로 느껴졌던 경우가 많았다.
쉽게 친해지고 잊는 아이들과의 인연이 종종 있었던터라… 처음이 힘들었지만 정스러운 아이들에 끌리는 것은 내 직업병이 된 것 같다.
현재 우리 가정이 마음에 든다며 형과 누나들도 착하고 엄마보다 이모가 더 좋은 듯한 것 같다는 어머님의 전달은 아이를 잘 키워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칭찬과 좋은 말들에 열정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늘 하는 얘기이지만, 결과는 내 몫이 아니다. 나와 남편은 밴쿠버에서의 부모가 되어주고 또 다른 일상에서는 컨설턴트가 되어주는 역할이 우리인 것이며, 덤으로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한 큰 아이들이 좋은 영향력을 주는 멘토가 되어 주는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생활을 변동없이 묵묵히 이어가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사명이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된 채원아, 부모님이 주신 좋은 환경에 감사하며, 잘 먹고 즐겁게 뛰어노는 건강한 소년이 되라고 말 했던 이모의 말을 기억하며 지내주길 바란다.”
(어느 일상 두번 째)
매번 겪는 갈등 중 후회가 되는 일은 큰 아이들과의 가끔 있는 부딪힘이다. 아이들의 누나 형으로서 공적인 역할을 잘 이어가고 있고, 각자들이 맡아 나가는 사회의 구성원의 몫도 성실히 해 가는 그들에게 한번씩 하게 되는 잔소리는 사실 별게 아니다. 며칠 전, 메시지 한 통 없이 귀가 시간이 늦은 그 날은… 늦은 밤 중에 또 한번 난리를 치른 날이었다.
한국 나이로 스무 살과 스물 한 살이 된 두 아가씨는 여느 보통의 젊은 세대이다. 그렇기에, 술도 한 잔 하고 싶을 것이고 이 곳 아이들이 찾는다는 클럽 같은 것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밤 11시에 문을 연다는 클럽을 허락하기가 어려운 것도 미안할 때가 많고, 술을 한 잔씩 하거나 이성을 만나고 올 때도 조금은 일찍 오기를 희망하는 우리네의 마음도 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쩜, 내가 진짜 엄마였다면 쉬웠을 이런 허락들은 가짜 엄마기에 들어줄 수가 없는 모순이 된다. 이 날도 식사 시간을 갖은 후에는 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10시가 가까운 시간에도 연락이 없는 아이들에 대한 섭섭함이 점점 걱정됨으로 변해 가는 것에 화가 났다. 기다리며 씻을 수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초조함에 안절부절 하던 내 모습은 참으로 한심하였다. 즐거울 시간을 방해하 듯 문자를 보낼 수 밖에 없는 나는 최대한 많이 배려한 것이었다. 휴일을 즐기다 보면 사실 시간이 빠른 것도 짐작이 되는터라 문자 한 통을 먼저 건네기도 눈치가 보였기에 몇 시간을 기다렸다. 늦으면 연락 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말이다.
기본적인 에티켓은 알고 있는 내 아이들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에 서로의 익숙함이 장애가 되는 시간이었다. 내가 보낸 메시지에 바로 답장을 주는 아이는 10:40분 버스를 탄다는 문자로 응대를 해 주었고, 아무 탈은 없는 것 같아 일단 안심이 되었다. 버스 정류소로 향하는 내내 더해지는 섭섭함에 또 눈물이 흐르는 나는 왜 이리 흘릴 눈물이 많은 걸까?
아이들을 태우고 오는내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홀로 방으로 올라와서 이불 속에서 훌쩍이는 나를 남편은 한숨으로 화답하였으니 이쯤 되면 내가 그만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은 눈치없이 12시가 지나가는 시간에도 거실에서 떠드는 아이들로인해 남편의 호통과 아이들의 눈물로 하루를 마감하게 되었다. 우리에게는 휴일이 없다. 휴일 오후가 되어 남친들을 만나기 위해 또는 각자의 즐김을 위해 나가는 아이들을 항상 기다려야 한다. 오고 가는 교통 수단이 되어주고, 버스 탔다는 문자에 바로 시동을 걸어야 하는 우리 둘의 모습은 남들이 보기에는 큰 수입이 있으니 두 부부가 매달릴 것 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우리들의 마음은 아이들의 안전과 그에 대한 책임감인 것이다.
보람됨과 후회감이 공존하는 홈스테이 맘과 파더는 오늘도 웃고, 울기를 반복하게 된다.
우리에게 늘어나는 주름살이 세월의 흔적이기 보다는 책임감의 무게임을 알아주는 한 사람이 있기를 소심하게 바라여 보는 햇살 좋은 월요일 오전이다.

노원장 칼럼facebook_밴쿠버 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