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아관리 십계명 9
치아 건강은 어릴 때부터 형성된 양치질 습관, 가족의 식습관, 유전적 요소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부터 반복되는 충치로 고생하거나, 고르지 못한 치열로 인해 심리적 위축을 경험하며, 잇몸 염증과 입 냄새로 고통받기도 합니다. 중년에 접어들면 풍치로 인해 치아가 약해지거나 상실되어 음식 섭취에 큰 불편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음에도 치아 건강을 유지하며 치과 치료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25년 넘게 환자들을 진료하며 안타까운 사례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특히 치아 건강을 자만하여 정기 검진을 받지 않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이미 풍치가 3-4기까지 진행된 상태에서야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환자들은 대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젊었을 때부터 치아가 건강해서 치과 치료를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그동안 치아가 아프거나 불편했던 적이 없다.”, “최근 몇 년간 치과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치아가 나빠졌다.” 이러한 상황은 치아 건강을 자부하던 분들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첫째, 치아와 잇몸을 포함한 인체는 소모품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화되고 약해집니다. 7080세 이상임에도 치료가 전혀 필요 없는 완벽한 치아 상태를 유지하는 환자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5060대에서도 치과의사가 놀랄 정도로 건강한 치아를 가진 경우는 1% 미만이며, 4050대에서도 30%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는 마치 자동차를 구매하고도 엔진오일 교환이나 타이어 점검 없이 10만 km 이상을 문제없이 운행하는 것이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둘째, 충치, 풍치, 균열 및 마모 등 대표적인 치과 질환은 심각한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충치는 치아의 보호막을 뚫고 신경에 도달해야 통증을 느낄 수 있으며, 이 시점에는 이미 신경치료가 필요할 가능성이 큽니다. 풍치 역시 3-4기까지 진행되어야 잇몸 통증이나 치아 흔들림이 나타납니다. 균열의 경우 신경가까이까지 진행되거나 마모의 경우 에나멜층이 모두 닳아 덴틴층이 노출되어야 비로소 증상이 느껴집니다.
셋째, 가벼운 증상에 익숙해져 심각성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충치나 풍치로 인해 찬물에 시린 증상이 반복되면 찬 음식을 피하며 불편함을 무시하게 됩니다. 치아를 하나 잃어도 다른 쪽으로 씹는 데 익숙해지면서 문제를 방치하게 되며, 결국 남은 치아에도 과부하가 걸려 더 큰 손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아 건강에 자신이 있는 분들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1. 치아는 소모품과 같아 시간이 지나면 약해진다는 점, 2. 심각한 상태가 되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을 수 있다는 점, 3. 불편함에 익숙해지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는 점을 기억하며 정기적인 검진과 관리에 소홀하지 않아야 합니다.
글 서울치과 강주성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