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아관리 십계명 5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반드시 발치가 필요한 치아를 끝까지 유지하려고 버티는 경우입니다. 환자들에게 왜 발치를 미루는지 여쭤보면, 가장 흔한 대답은 “자기 치아는 최대한 빼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들었습니다.” 혹은 “이미 남아 있는 치아가 많지 않아서 불편하더라도 조금 더 사용하고 싶습니다.”라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빼야 할 치아를 제때 발치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제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가장 흔한 발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풍치(치주염)’입니다. 풍치는 세균과 치석이 치아 표면을 따라 잇몸 속으로 침투하여 치아를 지탱하는 잇몸뼈를 서서히 녹이는 질환입니다. 일단 세균이 잇몸 속으로 들어가면, 칫솔질만으로는 잇몸 속 치석을 제거할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제거되지 않은 세균과 치석은 지속적으로 염증을 일으키고, 염증이 반복되면서 잇몸뼈는 점점 더 녹아내립니다. 잇몸뼈가 녹으면 잇몸 속에 공간이 더 많이 생기고, 그 공간에 더 많은 세균이 번식하게 되어 질병의 진행속도는 더욱 빨라집니다.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아무리 정기적인 딥클리닝과 스케일링을 받더라도 질병의 진행을 막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경우, 세균이 번식하는 본거지이자 잇몸뼈로 세균이 침투하는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치아를 발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이는 암이 전이되기 전에 종양이 있는 장기 일부를 절제하거나, 심한 당뇨병과 동상으로 인해 썩어가는 부위를 절단하여 생명을 지키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다음은 발치를 미루지 말아야 할 경우들입니다.
첫째, 이미 잇몸뼈가 많이 녹아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치아가 혀로만 건드려도 움직이거나 저절로 빠지기도 합니다. 환자 스스로 치아가 흔들린다고 느낀다면, 이미 치아를 지탱하는 뼈가 대부분 녹아 치아가 살 속에 떠 있는 상태입니다.
둘째, 치아가 심하게 흔들리지 않더라도, 적극적인 잇몸치료에도 불구하고 잇몸이 자주 붓고 염증이 반복되는 경우입니다. 3개월마다 마취 후 딥클리닝을 받더라도 염증이 계속된다면, 해당 치아를 발치하는 것이 더 큰 손상을 방지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입니다.
셋째, 치아가 크게 불편하지는 않지만, 씹는 것이 불편하여 반대쪽 치아만 사용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불편한 치아를 유지하는 바람에 건강한 반대쪽 치아가 과도한 부담을 받게 됩니다. 결국 한쪽 치아에 지나친 무리가 가해져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되는 치아를 발치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넷째, 풍치 이외에도 치아 뿌리에 금이 갔거나 부러진 경우, 혹은 치아가 심하게 썩어 뿌리만 남은 경우라면 지체 없이 발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후 임플란트나 브릿지 등의 적절한 치료로 대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빼야 할 치아를 발치하지 않고 버티는 것은, 당뇨나 동상으로 썩어가는 부위를 절단하지 않아 병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치료를 미룰수록 회복 기간은 길어지고 비용은 증가하며, 치료 성공률은 낮아집니다. 발치 결정을 주저하지 않고 적기에 치료받아야 건강한 구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음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글 밴쿠버 서울치과 강주성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