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여름
여름 중 가장 뜨거운 해가 기웃 대는 한 여름
어머니는 밖에서 일하시다 마시고
희미한 웃음으로 어린 막내 딸에게
주먹을 내미셨다
푸르른 나무 위에는 매미가
맴맴맴을 짖어대던
한 여름이었다
종일 밖에 나가셔서 일을 하시면
밤 자정이 되어야 들어오셨던 어머니.
어린 내가 보고 싶다고 보채지도 않았는데
여름 한 중간을 뚫고 오셨다
야윈 얼굴엔
여름이 흘린 땟구정물이 살짝
여물어 있었다
그래도 그 모습 아름다웠던 어머니
꽃무늬 원피스 입은 작은 막내 딸 앞에
두툼한 손아귀를 꼭 쥐고
이게 뭔지 알아보라는 어머니
꼭 쥐어진 주먹을 하나부터 다섯까지
차례로 펴셨다
일에 섞여 상처 투성이인 어머니 한 주먹엔
싱싱히 살아 노래도 하는
매미 한 마리 들려 있었다
이상하게도 어머니가 손을
펼쳤는데도 날아 가지 않았던 매미
싱싱했던 날갯죽지
하나도 안 다치고 어머니 손안에서
잠시 꿈을 꾸었을 까.
매미는 그대로 꿈꾸었던 것 같다.
어머니의 두툼한 손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