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여름, 미국 관세전쟁 이후 캐나다인들 사이에서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행 비용이 만만치 않아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조차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숙박에서 항공편까지, 캐나다인들은 올여름 국내 여행의 비용이 예년보다 상승한 것을 느끼고 있을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많은 캐나다인들이 미국 여행 대신 국내 여행을 선택하면서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토론토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의 프레데릭 디망슈 관광학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여행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항공편과 숙박비 등 국내 여행 비용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일부 예비 여행객들에게는 비용 자체가 너무 부담스럽거나, 도저히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다.
실제로 온타리오주 킹스턴의 변호사 나타샤 브레이너는 여름 휴가로 어머니와 5일간의 국내 여행을 계획했지만, 비용을 보고 여행을 포기했다. 오타와, 퀘벡 시티, 매니툴린섬 등을 검토했지만 숙박비만 최소 2,000달러에 달했고, 전체 여행비는 3,000~5,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그녀는 “과거엔 1만5천 달러로 두 달간 유럽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는데, 이제는 캐나다 내 소도시 여행조차 감당이 안 된다. 우리는 장보면서도 ‘미국산 말고 캐나다산’을 고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하루 300달러짜리 스튜디오 에어비앤비는 도저히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다.
“이례적인 현상”
캐나다 관광산업협회(TIAC)에 따르면, 2024년 캐나다 관광 산업은 1,300억 달러 규모의 경제 활동을 기록했으며, 이 중 75%는 국내 여행에서 발생했다. TIAC의 에이미 부처 부사장은 “많은 캐나다인이 지역 사회를 지원하고자 국내 여행을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수요 증가가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항공편 예약 사이트 플라이트 센터 캐나다에 따르면, 올해 여름 국내 여행 예약 비율이 이례적으로 5% 증가했으며, 이는 전통적으로 해외여행이 80%를 차지하는 캐나다 여행 시장에서 이례적인 변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 캐나다인들은 미국 대신 국내를 선택하고 있다. 항공을 통한 미국 여행에서 돌아온 캐나다인의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1% 감소했고, 자동차로 귀국한 경우는 33.1%나 줄었다.
여름철 국내 여행에 대한 통계는 아직 많지 않지만, 통계청은 2025년 1분기 캐나다인의 국내 관광 지출이 0.8% 증가했으며, 이는 주로 숙박비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TD 이코노믹스의 애널리스트 아누샤 아리프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여행이 주요 공항에서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그만큼 유연한 일정 조정 없이 갑작스레 여행을 계획하면 높은 비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rbnb는 3월에 국내 숙소 검색이 2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행 여행은 급감… 미국인들도 자국 내 체류 중
플라이트 센터는 자사 고객의 국내 여행이 올 여름 5% 증가했다고 밝혔다. 평소에는 여름철 예약의 80%가 국제여행 이었기에 이례적이라고 한다.
두라코빅은 이 여름철 급증하는 수요가 가격 인상 체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캐나다가 엄청나게 비싸진 건 아니고, 단지 수요가 높고 유연한 재고가 부족한 것” 이라고 덧붙였다. 출발일이 가까워질수록 이 현상은 더 뚜렷해 진다.
그녀는 한 가족이 토론토에서 핼리팩스로 5일간 여행을 계획했는데, 비용이 약 6,000달러가 나올 것 같아 비시즌으로 계획을 미룰 예정이라고 전했다.
호텔 요금 상승
글로벌 부동산 데이터 분석업체 코스타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캐나다 호텔의 평균 일일 숙박료는 전년 대비 3% (약 7달러) 상승했다. 이 수치는 캐나다 호텔 객실의 약 63%를 샘플로 삼은 것이다.
예를 들어, 온타리오 남부의 코티지를 1주일간 빌리는 경우 2,000달러 이하로 구하는 것은 드물며, 평균은 3,000달러에 달한다고 에어비앤비는 밝혔다.
핼리팩스 시내 호텔에서 4박을 머무르면 중심부 위치에 따라 1,200~2,300달러가 든다고 트래블로시는 밝혔다.
밴쿠버 도심의 호텔에서 단 이틀 주말 숙박을 하려 해도 최소 1,200달러는 필요하며, 록키 산맥 지역도 마찬가지라고 플라이트 센터는 전했다. PEI 해변가의 남은 몇 안 되는 숙소는 일주일에 약 4,000달러로 VRBO 기준이다.
캠핑은 장비가 있다는 전제하에 더 저렴한 옵션일 수 있으나, 인기 지역 근처 캠핑장은 수개월 전부터 예약이 완료되는 경우가 많고, 최소 4~5개월 전에 예약하라는 안내가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온타리오 픽턴의 샌드 뱅크스 주립공원은 8월의 모든 주말에 텐트 사이트가 없었으며, 화요일 기준 중간 숙박을 위한 ‘낮은 등급’ 사이트 하나만 남아 있었다. 밴쿠버 인근 포토 코브 주립공원은 8월 어느 날이든 단 하나의 사이트도 예약 가능하지 않았다.
정부 차원의 대응은?
이러한 고비용에 대한 반발은 일부 지역에서 정부 대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바스코샤 주정부는 7월 초, 주민들의 국내여행을 장려하기 위한 여름 할인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주민들은 지방 내 여러 관광 명소에서 입장료와 체험 비용을 50% 할인 받을 수 있으며, 주정부는 해당 비용을 보조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주정부가 경제를 활발하게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우리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기보다, 노바스코샤에서 여름을 보내도록 장려하고자 합니다.” 주정부는 성명에서 밝혔다.
온타리오 주정부는 2022년과 2023년, 유사한 ‘스테이케이션 세액 공제’ 제도를 운용했지만, 현재는 종료되었다.
관광산업 종사자들은 연방정부가 국내여행을 장려할 수 있도록 세금 공제 또는 인센티브를 다시 도입하길 바라고 있다. “가계 지출이 빠듯한 상황에서, 캐나다인들이 국내에서 여행하도록 돕는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캐나다 관광산업협회의 부처 부사장은 강조했다.
‘여행은 사치’라는 인식 커져
일부 캐나다인들은 이제 여행이 과거보다 훨씬 더 ‘사치’로 여겨진다고 말한다.
킹스턴의 베이트먼 브레너는 “10~15년 전만 해도, 여름에 여행을 간다는 것은 큰돈이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여전히 ‘가까운 데라도 가보자’는 희망을 가지고는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은 많지 않다고 느낀다. “사실 정말 슬퍼요. 이제는 캐나다에서 조차도 휴가를 누리는 게 쉽지 않은 시대가 된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