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00여 유닛 미분양…개발사들 “뼈아픈 정산의 시간”
부동산 시장에서 콘도 사전분양(Pre-sales) 침체가 심화되며 신규 주택 착공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현재 시장에는 4,000여 가구의 신규 유닛이 팔리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며, 개발사들은 높은 토지 매입가와 금융비용 부담 속에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부동산 마케팅 회사 MLA 캐나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출시된 신규 프로젝트는 35건으로, 최근 5년 평균 대비 40% 감소했다. 같은 기간 판매된 유닛은 400채가 채 되지 않아 과거 수치 대비 85% 급감했다. 7월 한 달간 공급된 유닛은 572채로, 이 역시 최근 5년 평균 대비 33% 줄었다.
레니 마케팅 시스템즈는 “현재 메트로 밴쿠버 시장에서 완공됐거나 준공을 앞둔 4,000채 이상의 신규 콘도 유닛이 미 판매 상태”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개발업체들은 연방 및 주 정부에 외국인 구매자 규제를 완화해 분양시장 활성화를 도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BC주 정부는 이를 즉각 거부했고, 학계에서는 외국인 구매자 규제가 과열된 분양시장과 급격한 가격 상승을 진정시킨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침체는 규모 축소로도 이어졌다. 지난 7월 분양에 들어간 8개 신규 프로젝트는 대부분 프레이저 밸리에 위치한 소규모 목조 건물들이었으며, 과거에 비해 공급 유닛 수가 크게 줄었다.
외국인 투자 감소, 고금리, 임대 수익 약화가 맞물리면서 분양시장 침체 뿐 아니라 법원 명령에 따른 매각과 프로젝트 파산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밴쿠버 웨스트엔드의 초고층 럭셔리 콘도 ‘CURV 타워’ 와 밴쿠버 서쪽의 저층 주거· 상업 복합 건물 ‘클로이(Chloe)’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두 프로젝트 모두 9천만 달러 이상을 채권자에게 빚지고 있으며, 클로이 프로젝트의 경우 일부 분양가는 최초 계약보다 25~30%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앤섬 프로퍼티즈 마이클 페레이라 부사장은 “토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개발업자들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한 경우가 많다” 며 “지금은 토지 시장에서 정상화가 필요한 시점”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최근 개발비용 증가분 납부를 준공 시점까지 유예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며 “과감하고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부동산 분석업체 어반 애널리틱스를 설립해 분양시장 동향을 분석해온 전문가로, 2017년 분양 콘도가격이 연간 50~60% 급등하던 시기에 처음으로 위험 신호를 제기한 바 있다. 그는 현재 외국인 구매자 규제와 세금 정책 일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양 부진은 개발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고용하는 건설 노동자, 하청업체, 자재 공급업체 등 지역 경제 전반에 파급된다” 며 “23년간 해고가 없던 건설 회사도 최근 처음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신규 프로젝트의 속도가 둔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향후 공급 부족과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